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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선배에게 듣는다

중앙일보

입력

◇과학고 선배에게 듣는다- 원소연(KAIST 1학년)

과학도의 길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과학의 힘은 무한하다. 유능한 과학 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과학도가 되기 위해 과학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과학고 선배의 조언을 들어봤다.

# 과학고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과학고 진학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중2 때 연세대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학교성적은 중학교 내내 전교 1% 내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영재 교육원에 입학해보니 수학뿐 아니라 다른 과목까지도 선행학습이 많이 돼 있었다. 나는 영재교육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따라가기도 어려웠다. 부모님과 진로를 고민한 끝에 과학고에 기기로 결정했다.
전문 상담을 받은 결과 서울시교육청 수학·과학경시대회(현재 올림피아드)를 먼저 준비해야한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6월 무렵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수학·과학경시는 대개 매년 6월 초 시행됐다.
1년 정도 기간으로 경시준비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부모와 함께 과학고 진학을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역시 영재교육원에서 만났던 학생들처럼 과학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미 학습과정이 2년 이상 앞서가고 있었다. 학생들을 따라잡기 위해 밤을 새면서 공부했다.
욕심이 많고 성취욕이 강했던 나로서는 자신을 이겨내는 것이 더 힘들었다. 이때마다 아빠가 자상하게 대화 상대가 돼주었다. 교재구입과 입시 정보 등을 챙겨주었다. 그게 나에게는 항상 큰 힘이 됐다. "작은 것에 연연하지 말고 큰 뜻을 갖고 담대하게 생활하라"는 아빠의 말씀이 항상 생활의 좌표가 됐다.
당시에는 좀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많았다. 하지만 노력한 결과 점점 미리 준비한 학생들과의 격차는 좁혀져 갔다.
3학년 6월 서울시교육청의 수학.과학경시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산점이 1점밖에 안 되는 장려상이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은 모두 동상 이상을 받았다. 항상 맨 앞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점점 바뀌고 있었다. 그 때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속상했다. 결과는 상대적 비교에서 나를 더 압박하고 있었다.
아빠는 변함없이 나를 격려하고 용기를 주었다. 특별전형은 포기하고 구술을 준비해야 했다. 이때 부산과학고가 한국과학영재학교로 전환하면서 제1기 학생모집 전형요강이 발표됐다. 많은 내용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과학영재고를 선택하고 단계별 전형을 통해 합격할 수 있었다. 늦게 시작해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생각도 많았다. 후배들은 일찍 시작하기를 바란다. 또한 정보에서 앞서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분명 목표를 이룰 것이다.

# 과학고 준비는 자신과의 싸움
사실 과학고 준비는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 뚜렷한 목표나 강한 신념이 없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학교 공부, 경시준비, 수행평가 등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세워 놓은 계획들을 실천해간다는 것은 남다른 각오가 분명 필요하다.
이과 적성이 있고, 수학·과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는 과학영재고나 과학고 진학을 꼭 권하고 싶다. 일반학교와는 전혀 다른 학교생활을 한다. 학교시설은 훌륭하고 교사들도 열정적이다. 특히 과학영재고는 과기대에 진학하는 경우 수능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교수에게 수업을 받은 후 논문(1학년 1편, 2학년 1편, 3학년 1편)을 제출해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가 있다(과기대 전공과목 학점이수 인정). 이런 과정들이 과학도로서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또한 오케스트라 지휘, 학생회, 동아리 등 다양한 교내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잘 돼 있다.
1학년 신입생들이 설렘과 기대감으로 입학하지만 초기엔 좀 힘들 수 있다. 집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부족한 공부를 보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적응해간다. 중학교 때 학습한 내용 중 과학은 고교 3년 재학 중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수학은 기본적으로 과학에 기반이 되는 과목이기 때문에 오히려 수학경시를 한 학생들은 더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과학영재고.과학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수학.과학은 필요에 따라 공부를 하지만 영어는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1학년 입학 때부터 원서수업을 하기 때문에 영어가 약한 학생들은 고생을 많이 할 수 있다. 수학이 약한 학생은 말할 것도 없다. 과학고나 과학영재고에 합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수적인 과목들의 학습은 충분히 해둬야 한다.

# 과학도로의 사명감 생각하길
과학고나 영재고를 진학하는 학생들은 대학진학 때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과학도라는 사명감을 한번쯤 생각해 주기 바란다. 2학년 때는 화학을 전공할 생각이다. 대학에서도 고교 때 한 공부 못잖게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했다. 과학도의 길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과학의 힘은 무한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과학 인력을 육성하고, 과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만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공계기반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점점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사명감이 뚜렷한 우수한 많은 학생이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료제공=장학학원 02-2202-0025, www.jangha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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