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 해외로케 길 넓어 졌다

한국영화의 해외로케가 일반화되면서 로케장소도 다양해지고 로케규모도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로케장소의 경우 종전 같으면 미국·프랑스 등 익숙한 곳 두어 나라에 머물렀으나 요즘에는 동남아의 태국·중미의 멕시코·아프리카의 케냐, 그리고 중국·소련·베트남 등 공산권까지 아우르며 6대륙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로케규모도 이전에는 엄두를 내기 힘들었던 올 로케에 가까운 방식이 주류를 이뤄 해외장면이 필요할 땐 내용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장기간에 걸쳐 촬영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로케의 장소와 규모가 넓어지고 커진 것은 일부 한국영화의 질량이 고급화·대형화 됐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그에 따른 소재의 개발과 확대를 제작사들이 눈가림 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시나리오에 따라 정공법으로 제작하겠다는 투자의욕에서 비롯되고 있다.
또 해외영화제에서의 잇따른 수상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수출전망이 밝아져 제작사들이 기획단계부터 해외시장을 겨냥해 영화상품의 국제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외로케방식으로 제작된 영화들은 실제 흥행결과도 좋아 제작사들의 투자의지를 더욱 고취시키고 있는데 올해 개봉된『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파리·LA)는 서울개봉관에서 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물위를 걷는 여자』(파리),『집시애마』(스페인)등도 성공적인 흥행을 보였다.
또 유럽·중동 등 16개국을 돌며 촬영된『마유미』도 국내흥행에선 신통 찮은 결과를 보였지만 일본 등지로 수출돼 제작비를 거의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외로케를 통해 제작중이거나 제작하려는 영화는『시라소니』(중국만주일대), 『명자, 아키코, 소냐』 (소련 사할린 등지),『애니깽』(멕시코), 『푸른 옷소매』(태국),『배신』(케냐),『베를린 리포트』(불·독 등),『낙타는 울지 않는다』(미국)등 7편에 이르고 있으며 『머나먼 사이공』은 베트남 현지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준비중이다.
극동스크린이 제작하는『시라소니』는 40, 50년대의 전설적인 주먹 꾼 이성순씨의 주먹세계를 다루는 액션영화로 일제하 이씨의 활동무대였던 만주·상해 등지를 돌며 로케 할 예정이다. 시나리오작가이면서 지난해 미국영화 직배반대투쟁위원장으로 힘쓰다 옥고를 치른 이일목씨가『시라소니』로 감독 데뷔한다.
김한길씨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하는『낙타는 울지 않는다』를 만드는 화진필름은 미국으로 이민간 청년의 파국적 삶을 그린소설의 내용에 맞춰 LA등지에서 올 로케 할 계획이다. 『집시애마』를 감독했던 촬영기사출신 이석기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1백6개국에 수출돼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죄 없는 병사들』을 연출한 정한우 감독이 준비중인『애니깽』은 일제치하에서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장 노무자로 끌려갔던 한국인들의 인고를 담게된다. 정 감독은 당시의 한이 아직도 남아있는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일대에서 로케 한다.
『명자, 아키코, 소냐』역시 일제하에서 사할린에 강제로 끌려갔던 어느 한국여인의 기구한 일대기를 그리는 영화로 감독 이강호, 시나리오작가 송길한, 주연배우 김지미씨 등이 이미 소련현지로 헌팅을 다녀 왔다.
젊은 영화그룹인「푸른 영화제작소」가 만드는『푸른 옷소매』는 월남전의 실상을 당시 전장에서의 한국군병사의 눈을 통해 담아보겠다는 작품으로 윌남전 소재 영화의 단골장소인 태국의 정글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시나리오작가 출신인 김유민씨가 연출했다.
독일에 입양된 한국출신 오누이의 서글픈 삶의 궤적을 한국신문의 파리특파원이 추적해 보고하는 내용의『베를린 리프트』는 동아수출공사가 제작을 맡고 신예 박광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파리특파원 역은 안성기씨로 정했는데 서구일대를 돌며 로케 할 예정이다.
『배신』은 자신을 버리고 아프리카로 떠나버린 연인을 돛아 케냐 등지를 떠도는 한 남자의 애증기로『우리는 지금 제네바로 간다』로 주목을 끌었던 송영수감독의 오랜만의 야심작으로 성일 시네마트가 제작한다.
해외로케 제작은 한국인의 생활환경이 국제화되는데 따른 여러 문제점이 영화소재로 적합한데다 이민과 징용, 그리고 입양 등의 과거 서글펐던 한국인의 삶의 파편을 따라 더욱 붐을 이룰 전망이다. <이헌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