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의료비 100조, 건보 못 버텨"…문케어 폐기 넘는 '큰 그림' 절실 [view]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표 정책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일명 문재인 케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몰아붙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리 세게 지적할 줄 몰랐다"면서 "그동안 윤 대통령이 모든 사람에게 건보 재정을 뿌리는 문 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는데, 그 연장선에서 비판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 케어 비판은 전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도 담겨있는 듯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건보 개혁, 노동 개혁 등 모든 게 윤 대통령의 약자복지 철학에 따라간다. 아주 심플(간단)하다"며 "문 케어로 새는 돈을 아껴 중증·희귀질환이나 필수의료 같은 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MRI 검사를 시작하기 전 환자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MRI 검사를 시작하기 전 환자에게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 케어에 한해 4조원을 썼는데도 건강보험 보장성(2017년 62.8%, 2020년 65.3%)이 크게 올라가지 않았다. 그걸 올리려고 당초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걸었는데도, 비급여가 2017년 6월 3498개에서 올 6월 3705개로 늘었다. 다만 '문 케어 폐기'의 효과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분적으로 조정할 수는 있어도 완전 유턴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케어가 낮춘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검사 건보 적용 등의 문턱 탓에 낭비성 지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비 증가는 무서울 정도다. 고령화와 문 케어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지난해 의료비(건강보험+의료급여)가 100조원을 넘었다. 14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비가 105조 2249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약 51조원이었는데, 10년 만에 두 배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이용 증가가 주춤했는데도 전 정부의 연평균 증가율이 박근혜 정부와 차이가 없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 의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9%대에 진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거의 근접했다"며 "건보가 지속 가능할까, 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서 '문 케어 폐기'만으론 부족하기 때문에 구조개혁의 큰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문 케어를 걷어내면 재정에 문제가 없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으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가 불가능하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조적 병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누적돼 왔다. 김 교수는 "과잉 병상에다 실손보험의 도덕적 해이, 의료비 지급 방식(행위별 수가제)의 한계 등으로 인해 전체 지출의 30%가 새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영석 박사도 "미국은 30%, 유럽은 20%가 낭비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김윤 교수는 "다른 나라는 정부가 병상 증가를 철저히 통제하는데, 우리는 자유방임에 맡겨져 있다"며 "통제할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안 한다"고 지적한다. 신영석 박사도 "대학병원 유치가 지자체장의 업적으로 비치는데, 누가 반대하겠느냐"고 반문한다. 이런 정책 부재 상황에서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 설립 허가가 잇따르면서 7000개가량의 병상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마포지사의 모습. 뉴스1.

서울 마포구 국민건강보험공단 마포지사의 모습. 뉴스1.

 김윤 교수는 또 "실손보험 때문에 건보재정 누수가 심각한데도 과잉 진료가 어느 정도인지도 정부가 모른다. 아마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용하 교수도 "의료 행위별로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실손보험이 건보재정 누수를 초래하는 문제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석 박사는 "전국을 70~80개 의료권역으로 나눠 그 안에서 진료가 완결되고 거기서 해결하지 못하는 1%의 행위만 서울의 큰 병원에서 진료받는 식의 지역완결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일시에 하기 힘드니 건보 적립금 20조원으로 버티는 동안 일부 지역에 서둘러서 시범적으로 적용하자"고 말했다.

 김용하 교수는 "일본은 고령화율이 세계 1위인데도 GDP 대비 의료비 비율이 11.1%에 지나지 않는다"며 "건강증진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