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스카이라인이 바뀐다] 대치 미도 50층, 여의도 시범 65층, 이촌 한강맨션 68층…주요 재건축 단지 ‘35층 룰’ 뚫고 초고층으로 탈바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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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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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고 65층 2500가구로 탈바꿈할 서울 여의도 시범 아파트. [연합뉴스]

지상 최고 65층 2500가구로 탈바꿈할 서울 여의도 시범 아파트. [연합뉴스]

국내 사교육의 본산으로 꼽히는 서울 대치동의 한보미도맨션(대치 미도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2014년 만든 이른바 ‘35층 룰(rule)’, 즉 서울 모든 아파트 단지가 최고 35층을 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철폐하는 내용의 신속통합기획안(이하 신통기획)을 확정했다고 지난달 21일 밝히면서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 3월 새로 발표한 ‘2040 도시기본계획’에 의거, 창의적인 스카이라인을 위해 35층 규제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미도 아파트는 19만5080㎡ 부지 중심부에 최고 50층짜리 타워형 주동(住棟)을 배치하고 주변은 중저층의 동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용적률(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값)은 300%가 적용된다.

오세훈 시장 ‘디자인 서울 시즌2’ 탄력

이로써 현재 최고 14층인 미도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에서 최고 50층의 초고층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이뿐 아니라 올해 서울시의 심의 통과로 잠실주공5단지와 여의도 한양 아파트가 각각 최고 50층으로, 이촌 한강맨션은 68층으로, 대치 은마 아파트와 잠원 신반포2차는 49층으로 재건축이 가능해졌다. 서울시의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지자체가 주민과 함께 사업성과 공공성이 결합된 정비 계획안을 짜서 사업을 지원하도록 마련됐다. 재개발·재건축의 복잡한 사업 단계를 확 줄인다는 것이다. 미도 아파트는 주민들이 신통기획을 토대로 하는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하면 열람 공고 과정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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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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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지난달 초 신통기획 재건축이 확정된 여의도 시범 아파트 이후 두 번째 대규모 신통기획 재건축 단지가 된다. 시범 아파트는 최고 65층 250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게 된다. 이는 지난해 4월 취임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디자인 서울’ 정책 기조가 작용 중이라는 평이 나온다. 오 시장은 2006년 첫 서울시장 취임 당시 무색무취(無色無臭)의 서울 풍경을 바꾸겠다며 2011년 사퇴 전까지 디자인 서울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그 2기인 셈이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주요 재건축 단지의 신통기획이 속속 발표되면서 주변 단지도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며 “유연한 규제를 바탕으로 미도 아파트 등이 사업성과 공공성을 모두 갖춘 재건축 사업의 선도 모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당지 조감도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당지 조감도

서울시의 이 같은 정책 추진엔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작용 중이다. 하나는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 수준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1971년 준공돼 여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단지인 시범 아파트의 경우 현재 최고층이 13층이다. 인근에 250m 높이의 ‘63빌딩’과 333m짜리 오피스 타워인 ‘파크원’이 존재하는 등, 여의도가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국내 금융 중심지로 성장했음에도 정작 스카이라인은 시범 아파트 등 노후했으면서도 낮은 주거지 건물들로 인해 홍콩 같은 매력적 분위기를 자아내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을 정책으로 해소하겠다는 얘기다. 신통기획에 따르면 시범 아파트는 서울시내 재건축 단지 중 가장 높은 65층이 되면서 63빌딩·파크원 등과 어우러져 여의도에 ‘U’자형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게 된다.

윤 대통령 공약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

다른 하나는 도심 즉, 주택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의 주택 공급이다. 서울에는 집을 새로 지을 땅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서울에서 주택을 공급하려면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 외에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다음 주 중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안전진단 절차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의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대폭 낮추고, 2차 정밀 안전진단(적정성 검토)도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해 제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현실화하면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와 노원구 상계주공 등 재건축 초기 단계 단지들의 사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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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재건축 사업의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내걸었던 것과도 관련이 깊다. 윤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심에서의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윤 정부는 규제 완화 공약 이행이 집값 불안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해지면서 부작용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월 공식석상에서 “2차 정밀 안전진단을 원칙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재건축 관련 대대적 규제 완화를 예고한 바 있다.

부동산 경기 급랭 속에서도 주민들의 재건축 추진 의지가 여전히 강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에서 최근 한 달 사이 재건축 등 정비 사업에 속도가 붙은 아파트만 3만4847가구에 달한다. 은마 아파트와 시범 아파트 외에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와 목동신시가지 등의 대규모 단지가 여기에 포함됐다. 오세훈 시장 취임 이전까지 10년 넘게 사업이 중단되면서 주거환경이 더 악화한 영향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손을 놨다가 반등이 본격화해 주택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 폭등 악몽이 재현될 수 있어 정부와 서울시가 사전 공급 확대에 만전을 기한다는 의미로 신통기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해석했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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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인을 확 바꾸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실효를 거두기까진 과제도 적잖다는 분석이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 따른 부담,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해관계자 간 갈등, 가뜩이나 교통난이 심각한 서울에 더해질 고통 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시는 상업 건물의 법적 상한 용적률인 1500%를 넘어서는 창의적 디자인의 초고층 건물까지 들어서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실현되면 555m 높이의 잠실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건물도 들어설 수 있다. 문제는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도 커진다는 데 있다. 가뜩이나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용산 등이 초고층의 상업 시설을 유치할 확률이 높기에 우려도 그만큼 크다.

목동·반포주공 등 3만4847가구 가속도

용산정비창의 경우 공공에서 12조원가량을 투자해 인프라를 조성하면 민간이 들어와 세부 개발에 나서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막대한 개발 이익을 놓고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야권에선 반발 목소리가 높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의 땅을 헐값에 매각해 1500% 용적률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시민사회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기 초고층 복합개발 추진에 따른 도심 주거·상업 공간의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한편, 이에 따른 공실 증가로 시장 연착륙 대신 경착륙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통난 등 재개발·재건축 이후 불거질 문제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있느냐는 목소리 역시 높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에 전문가들은 단순한 규제 완화 수준을 넘어선 구체적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영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만 지나도 도시의 라이프스타일이나 교통수단이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신기술과 미래 변화상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정비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형태와 고소득층을 위한 주거 형태의 공존, 10년 후 도시 인구 구조의 변화, 신혼 가구나 1인 가구 수요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계획을 세워 이행할 때 스카이라인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희선 연세대 도시공학과 특임교수도 “생태도시 등 지속가능한 미래 지향적 도시로의 개발을 위해 100년 이상 갈 수 있는 건물들을 짓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선 과도한 규제 완화가 외려 난개발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체들이 최대 용적률과 최고층 달성 실현에 집착하면서 도시의 전체적인 경관과 무관하게 고층 건물만 즐비해 시민들이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는, 삭막한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질 수도 있어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35층 룰 등의 규제 폐지로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환골탈태하는 건 반갑다”면서도 “조망권 침해를 둘러싼 갈등 등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건물들이 주변과 조화로이 자리 잡도록 하고, 층수 상향과 (재건축에 따른) 수익률 상승에 대한 공공 기여가 있도록 정책을 짜임새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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