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스카이라인이 바뀐다] ‘분·일·평·산·중’ 1기 신도시 재건축, 결국 대선용으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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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말 준공된 경기도 고양 일산신도시. 주택 노후화로 재정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1992년 말 준공된 경기도 고양 일산신도시. 주택 노후화로 재정비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재정비 사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까.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강조했던 안전진단 제도 개선 방안을 수일내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앞서 ‘1기 신도시 정비기본방침 수립 및 제도화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검토 중으로 알려진 안전진단 완화 수준이 미흡하고, 정부의 2024년 신도시 마스터플랜 수립 때까지 되레 재정비 사업의 발목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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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11월 23일 ‘1기 신도시 정비기본방침 수립 및 제도화 방안’ 연구용역에 대한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 1기 신도시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정비 가이드라인인 ‘정비기본방침’과 내년 2월 발의 예정인 특별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특례 및 적용기준·선도지구 지정을 담을 예정이다. 선도지구(시범지구)는 정비예정구역 중 가장 먼저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곳이다.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5개 신도시에 각각 지정된다. 이와 동시에 일산·분당·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가 속한 5개 지자체는 내년 1월을 목표로 각각 정비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원희룡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완화도 임박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30년 이상 아파트의 정밀 안전진단 면제 ▶안전진단 중 구조 안전성 평가비중 50%→30%로 완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을 공약했다. 정부는 현재 구조안전성 평가 가중치를 현 50%에서 3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진단은 구조안정성, 주거환경, 비용편익, 설비노후도 등이 주요 평가 항목인데, 문재인 정부 시절 구조안정성 항목의 비중이 기존 20%에서 50%로 크게 상향되며 재건축 추진의 벽이 높아졌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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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기 신도시 아파트 중 처음으로 안전진단 문을 두드린 일산신도시 백송마을 5단지가 최근 예비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이 아파트는 1992년 8월 일산신도시에서 가장 처음 입주한 단지로, 입주한 지 30년이 넘었고 용적률(연면적을 대지면적으로 나눈 값) 164%로 재건축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0월 20일 예비안전진단 실시 결과, 주거환경에선 D등급을 받았지만 구조안전성과 건축마감에서 C등급을 받았다. 예비안전진단에서 A~C등급 판정을 받으면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재건축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없다.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선 “일산에서는 통과할 단지가 없다” “D나 E등급이 나오려면 10년은 더 지나야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달 안전진단 개선방안을 통해 구조안정성 비중이 30%로 낮춰지더라도, 1기 신도시 재건축 단지엔 여전히 높은 문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문재인 정부 이전 안전진단 수준인 ‘구조안정성 비중 20%’로 되돌려놔야 실질적으로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안전진단 통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용적률 상향 여부도 관건이다. 현재 1기 신도시별 평균 용적률은 일산이 169%로 가장 낮고 분당(184%), 평촌(204%), 산본(205%), 중동(226%) 순으로 용적률이 높다. 통상 용적률이 200%가 넘어가면 현재 상황에서는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 진행이 어렵다는 게 정비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2·3종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가구 수를 지금보다 확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성이 낮은 공약이라고 지적한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겸임교수는 “신도시 용적률을 300%, 특히 역세권은 500%로 상향하면 인구 급증으로 도시 인프라 시설이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용적률 300%가 되면 상·하수도나 공원, 도로 등을 재창조해야 하는 수준이 돼 도시 기능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애드벌룬을 띄워 놓다보니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가 큰데, 인센티브를 많이 주지 않으면 재건축의 효과가 적고 혜택이 크면 타 지역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기에 심사숙고해야 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 때문에 “1기 신도시 재건축은 그냥 선거용으로 끝날까요?”, “그 많은 주택, 장기 플랜을 가지고 하나씩 수정해 나가야하는데, 20~30년은 족히 걸리겠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1기 신도시의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회의론이 잇따라 올라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2024년에 발표하겠다는 건 사실상 그때까지 재정비 추진이 어렵다는 걸 완곡하게 돌려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용적률 등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시장에서 단지별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할텐데, 마스터플랜 수립을 내세워 1기 신도시 재정비를 묶어놓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서둘러 재정비를 원하는 분당·평촌 등지에선 다시 리모델링으로 선회하거나 새롭게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 이상, 안전진단 B등급이어도 진행이 가능하다. 이전부터 리모델링 사업이 활발했던 분당에서는 이달 중순 무지개마을 4단지가 리모델링을 위한 주민 이주를 시작한다. 내년 4월 말까지 이주가 끝나면 하반기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당 느티나무 3단지도 이달 총회를 열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평촌에서는 최근 초원2단지 대림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위한 조합설립을 마치는 등 8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종합계획 발표가 2024년으로 밀리고 8·16 부동산 대책에서도 구체적인 재건축 지원책이 담기지 않자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7개시(고양·광명·군포·성남·안양·수원·용인시) 43개 단지(4만2538가구)가 리모델링 추진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12월 3만9499가구에서 3039가구 늘어난 규모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1기 신도시 집주인을 대상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후주택 정비 방식 선호를 묻는 방식에 전체 응답자의 46.2%가 재건축을 택했고, 리모델링(35.9%), 현행 유지(11.2%)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신도시별로 선호 방식에 대한 격차도 컸다. 분당은 주택의 소유자 중 재건축을 원하는 비율이 57.1%로 가장 높았다. 이에 반해 산본은 리모델링(41.3%)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평촌은 재건축(44.7%)에 대한 선호가 가장 두드러졌지만, 리모델링(35%)과 현행 유지(15.5%)에 대한 의견도 상당했다. 박합수 교수는 “정부의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은 사실상 선언의 의미로 봐야 한다”며 “막연히 마스터플랜을 기다리고 있을 게 아니라,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해당 단지의 특성에 맞는 빠른 재정비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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