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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文정부 정시확대, 참담하다…일반고 살리기 집중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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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교육 수장을 맡은 그는 "예전에는 강하게 드라이브를 하는 장관이었지만, 이제는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교육 수장을 맡은 그는 "예전에는 강하게 드라이브를 하는 장관이었지만, 이제는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 수시 모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교실 수업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진행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이 부총리는 정시 모집 비율을 늘리지 않겠다는 취지를 설명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시 확대에 대해 “참담하다”고도 했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잠자는 교실을 깨우자며 수시를 늘렸는데, 정시 확대는 교실 개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일반고에 ‘국제 바칼로레아(IB)’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제주와 대구의 IB 시범학교가 성공적”이라며 “국제 바칼로레아를 한국형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교육부가 할 수 있다”면서다. IB는 스위스의 비영리 교육재단에서 개발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교육과정으로 학생이 주도하는 토론식 수업과 논술형 평가가 특징이다. 국내에는 일부 국제학교와 외고에서 도입했는데, 최근 대구와 제주를 중심으로 공립학교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이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자사고·외고 폐지나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에 대해 “하향 평준화”라고 규정했다. 이어 “잘하는 데를 낮추는 정책이 아니라 어려운 데를 끌어올려주는 정책이어야 한다”며 ‘일반고 살리기’와 ‘지방대 살리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차관을 지내면서 자사고를 설계한 이 부총리는 “올해 말까지 자사고·외고 등을 포함한 고교 체제 개편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다음은 이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정시확대 참담…나는 ‘수능 폐지론자’”

20일 강남대성학원에서 열린 대입 수능 가채점 및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배치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강남대성학원에서 열린 대입 수능 가채점 및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배치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정부는 정시 비율을 늘렸다.
“참담하다. 그동안 잠자는 교실을 깨우자며 수시를 늘렸는데, 정시 확대는 교실 개혁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그렇지만 다시 정시 비율을 논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인위적인 비율 조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많다.
“수업은 주입식으로 하면서 평가는 창의성을 본다고 하니 에세이 대필 같은 문제가 생기고, 수시는 공정하지 않다는 프레임이 생겼다. 수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교실 수업 방식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교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

-수능의 미래는.
“나는 수능 폐지론자이지만, 장관으로서 폐지하자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교실이 바뀌고 그에 따라 입시가 바뀌면 수능같은 고통스러운 제도가 사라지고 공정성도 확보되는 시기가 온다고 본다.”

-고교학점제로 입시 변화 불가피하지 않나.
“지난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목표처럼 얘기했지만, 좋은 수업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니 도입은 하되, 무리하게 입시를 변화시켜야 한다면 속도를 조절하겠다.”

초등학교까지는 학원 필요 없어야…방과후학교 질 높인다

2020년 1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교육정책분과 주최 '문재인 정부의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2020년 1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교육정책분과 주최 '문재인 정부의 외고, 자사고, 국제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 및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자사고의 부작용을 인정하기도 했다.
“부작용은 자사고 자체가 아니라 전체 학교에서 자사고가 서열화를 부추겼다는 점이다. 해법은 자사고·외고를 없애는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일반고의 질을 올리는 상향 평준화다. 물론 자사고·외고가 지나치게 입시학원처럼 변질한다면 교육 방식을 바꾸도록 유도하겠지만, 일반고에 더 집중하겠다.”

-일반고는 어떻게 살릴 것인가.
“잠자는 학생을 깨우려면 학생 주도의 프로젝트 학습과 토론식 수업을 늘리고 모든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B)는 잠재력이 있다. 이미 제주와 대구에서 IB를 성공적으로 시범 운영했다. 당장 도입하자는 게 아니라 IB의 성공 사례를 검토해서 한국형으로 발전시키고 전국으로 확산하도록 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교육비 부담이 커졌다.
“국정과제에 ‘교육돌봄 국가책임제’가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까지는 아이를 전적으로 학교에 맡기고 학원에 보낼 필요가 없게 하겠다. 방과후학교의 민간 참여를 과감히 늘려서 질을 높이겠다.”

서울 대학 정원 줄이기는 하향 평준화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학 정원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서울에 있는 대학이 정원을 줄여야 지역 대학이 산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건 하향 평준화다. 대신 지역 대학을 더 많이 지원하겠다. 교육부가 재정 지원 사업을 기획하고 그 틀에 맞추면 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틀을 바꾸겠다. 대학평가에 정성평가가 들어가면 교육부 힘이 과도해진다. 정성평가는 다 없애고 최대한 지표를 단순화해서 지원해주겠다.”

-지자체가 그런 역량을 갖고 있나.
“교육부 권한을 교육청에 넘길 때도 ‘교육청은 역량이 안 된다’고들 말했다. 당장은 교육행정 전문성이 없다고 해도 교육부 직원을 파견해 도울 수 있다. 가장 뛰어난 직원들을 보낼 것이다.”

-그래도 문을 닫는 대학이 나올 텐데.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대학 간 인수합병이나 복지법인으로의 전환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대학 퇴출 방안 법제화는 이번 정부에서 꼭 풀어야 하는 숙제다.”

2010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0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암기식 교육으로는 산업 다 망해”

-대학 자율과 등록금 동결은 모순 아닌가.
“이명박 정부 때 등록금 규제를 시작한 게 나다. 당시엔 4~5년 정도 생각했는데 10년 넘게 규제가 이어지리라 생각지 못했다. 물가상승률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등록금 자율화는 필요하다. 다만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 쉽지 않다. 임기 중에 자율화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현 정부가 ‘산업일꾼 양성’을 위해 교육을 도구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오히려 산업을 강조하는 교육이 암기나 지식보다 훨씬 더 인성을 강조한다. 과거처럼 달달 외우는 교육으로는 산업이 다 망할 수밖에 없어서다. 산업을 강조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교육이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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