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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도 냄새만 맡아요…황소 S급근육 비결은 독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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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황희찬의 누나인 황희정 비더에이치씨 대표는 “동생의 최고 강점은 돌파가 아닌 노력”이라고 했다. 전민규 기자

황희찬의 누나인 황희정 비더에이치씨 대표는 “동생의 최고 강점은 돌파가 아닌 노력”이라고 했다. 전민규 기자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이 부상에서 회복 중인 가운데 또 다른 공격수 황희찬(26·울버햄프턴)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 등 한국 축구대표팀 막내 선수 5명에게 ‘한국 팀에서 첫 골을 넣을 주인공은 누가 될 것 같은가’ 물었더니 3명이 황희찬이라고 대답했다.

황희찬은 17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당연히 저도 많은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 2주 전 햄스트링 통증을 느껴 불편했는데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 2018년 첫 월드컵 땐 굉장히 떨렸지만, 4년이란 시간 동안 여러 경기를 경험하며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황희찬 “4년간 발전…첫 골 넣고 싶다”

카타르월드컵 출장을 앞두고 최근 서울에서 황희찬의 누나인 황희정(28)씨를 만나 ‘축구선수 황희찬’은 어떤 사람이지 들어봤다. 매니지먼트사(비더에이치씨) 대표를 맡고 있는 황씨는 영국을 오가며 황희찬의 계약과 스케줄 등을 돕고 있다.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황 대표는 “동생이랑 영국에서 축구 하다가 다쳤다”고 했다. 최근 축구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 FC국대패밀리 멤버로 출연했던 황 대표는 “동생이 두 달간 출연을 결사반대했다. 축구는 부상 위험이 큰 데다 관심을 받게 되면 결과가 좋든 싫든 힘들 거라며 걱정했다. 그런데 축구를 해보니 ‘이 재미있는 걸 그동안 동생이 혼자 했네’란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황 대표는 “제가 측면에서 드리블하는 모습을 보고 어떤 분이 ‘미니 황소’라고 하더라”며 “저도 중2 때까지 100m, 200m 단거리 선수였다. 부천시 대회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다. 비공식 기록은 12초 후반대다. 어릴 적엔 희찬이가 저랑 달리기 시합에서 항상 져서 울고불고했다. 누나를 이기고 싶어 연습하더니 지금은 100m를 11초 초중반에 주파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어 “동생은 별명이 ‘황소’ 지만, 정작 축구장 밖에서는 섬세하고 여린 성격”이라고 했다.

황희찬은 저돌적인 플레이로 황소라 불린다. 연합뉴스

황희찬은 저돌적인 플레이로 황소라 불린다. 연합뉴스

황희찬은 근육이 잘 찢어지는 스타일이다. 황 대표는 “동생은 부상 방지 차원에서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돼지고기는 안 먹는다. 원래 생선을 못 먹었는데 몸에 좋다고 하니 식단을 생선 위주로 바꿨다. 장어도 소금을 뿌리지 않고 먹는다. 조미료도 안 쓴다”고 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황희찬은 체지방률을 12%에서 8%까지 낮췄다.

황 대표는 “먹으면 바로 살이 찌는 체질인 희찬이는 밥도 4분의 1공기만 먹는다. 제가 라면을 먹고 있으면 계속 쳐다본다. 안쓰러워서 ‘먹을래?’하고 물으면 ‘냄새만 한 번 맡을게’라고 말한 뒤 조깅하러 간다”며 “동생을 지도하는 피지컬 선생님이 ‘근육이 타고난 게 아닌데 강화 훈련과 식단 관리로 A급을 S급으로 끌어올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오른쪽)이 17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오른쪽)이 17일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트레이닝 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황 대표는 동생의 황소고집과 관련한 몇 가지 일화도 들려줬다.

“희찬이가 중학생 때 학교 경비 아저씨가 부모님에게 ‘새벽 4시~5시면 희찬이가 밖으로 나간다’며 걱정한 적이 있다. 걱정돼 따라 가봤더니 희찬이는 새벽마다 산을 타고 내려오고, 주차장에서 볼을 차는 연습을 하는 거였다. 그걸 매일매일하고, 돌아와선 운동을 안 한 척 다시 누웠다.”

또 다른 일화도 들려줬다.

“희찬이는 지난 6월 논산훈련소에 기초군사훈련을 다녀왔다. 퇴소 당일 휴게소에서 갑자기 ‘몸이 상했다’며 장대비를 뚫고 피지컬 트레이닝을 하러 갔다. 제 동생이지만 이건 ‘독기’를 넘어 ‘광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희찬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야 선발 자리를 되찾았다. 황 대표는 “미니게임에서 유일하게 골을 넣었는데도 그 주에 결장했다. 저 같으면 감독을 미워했을 텐데 동생은 내색하지 않았다. 하루는 영국에서 희찬이 방을 정리하다가 다이어리에 적힌 문구를 봤다. ‘외롭고 힘들지만 이겨내자’라는 내용이었다. 동생은 또 축구 일지를 쓰는 데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그림까지 그려뒀다”고 전했다.

황희찬(오른쪽)과 누나 황희정 비더에이치씨 대표. 사진 황희정

황희찬(오른쪽)과 누나 황희정 비더에이치씨 대표. 사진 황희정

축구장선 맹수, 밖에선 섬세하고 여려

4년 전 러시아월드컵 한국-독일전(2-0승)은 국민에게 기쁨을 준 멋진 경기였지만, 황희찬에게는 가슴 아픈 경기였다. 황희찬은 후반 11분 교체 선수로 투입됐지만, 23분 만에 재차 교체돼 물러났다. 황 대표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다리가 안 움직일 만큼 긴장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황희찬은 최근 TV로 손흥민이 부상 당한 경기를 보고 “으~”라며 자기 일처럼 괴로워했다고 한다. 전날 손흥민에게 ‘월드컵까지 며칠 안 남았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3차전 상대는 포르투갈이다. 울버햄프턴에는 포르투갈 선수가 10명이나 되는데 그중 3명이 월드컵 대표팀에 뽑혔다. 황 대표는 “울버햄프턴 주장 후벵 네베스는 중원에서 힘이 있고 중거리슛이 위협적이다. 희찬이가 포르투갈 선수들의 성향을 잘 알기에 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비더에이치씨 사무실에서 만난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의 누나 황희정. 전민규 기자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비더에이치씨 사무실에서 만난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의 누나 황희정. 전민규 기자

황희찬은 따뜻한 마음으로 틈날 때마다 기부를 한다. 그는 고향 부천시 등에 1억7000만원 이상을 기부했다. 황 대표는 “희찬이의 최고 강점은 돌파가 아닌 ‘노력’”이라고 했다. 황 대표에게 월드컵에 출전하는 동생에게 응원 메시지를 청했다. 그러자 그는 드라마 대장금 속 대사로 응원을 대신했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것이 아냐. 쉬지 않고 하는 것에 있어. 모두가 그만두는 때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시작하는 것. 너는 얼음 속에 던져 있어도 꽃을 피울 거야.”

황희찬

출생: 1996년생(26세, 태생은 춘천, 자란 곳은 부천)
: 1m77㎝
포지션: 2선 및 최전방 공격수
소속팀: 포항제철중·고-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함부르크(독일)-라이프치히(독일)-울버햄프턴(잉글랜드, 2021~)
A매치 기록: 49경기 9골
별명: 황소, 음메페(프랑스 음바페+황소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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