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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몰려온다" 세계1위 선사 '머스크' 경기침체 경고, 왜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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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울산 신항에 접안한 고려해운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해운 업계에는 경기 침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울산 신항에 접안한 고려해운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해운 업계에는 경기 침체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뉴스1

해운사의 경기 예측 족집게가 이번에도 들어맞을까.

세계 1위 선사 머스크가 지난 2일, 3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세계 경기 침체를 경고했다. 머스크는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점유율에서 스위스 MSC와 1·2위를 다투는 덴마크 해운사다.

쇠렌 스코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수평선 너머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유럽발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 등이 글로벌 물동량과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인터뷰에선 “경기 침체를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발언 수위가 반년 사이 한층 강경해진 것이다.

머스크는 이날 3분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09억 달러(14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60% 늘어난 수치지만 CEO는 이를 무시한 듯 경기 침체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세계 1위 선사의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되는 건 해운사의 독특한 지위 때문이다. 해운업 중에서도 컨테이너 분야는 글로벌 물동량에 직접 연동되기에 경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불린다.

이는 데이터가 증명한다. 국내 해운 시장은 2008년 최대 호황기를 맞았는데 당시 국내 해운사의 총 매출액은 51조 7843억원을 기록했다. 그해 삼성전자 매출은 118조원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부터 영업이익률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고난의 행군은 2017년까지 이어졌다.

쇠렌 스코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쇠렌 스코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

국내 해운사가 2008년에 새긴 매출 기록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글로벌 공급망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해운 시장이 폭발한 2021년(51조 7971억)에서야 기록이 경신됐다.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상황이 실적을 끌어올린 것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2003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해운사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3%에 불과했다”며 “최근 2년간 국내 해운기업이 유례없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국내 해운사의 영업이익률은 29%를 찍었다.

코로나가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해운 시장은 빠르게 식고 있다. 글로벌 물동량 수요는 머스크의 경고처럼 감소세가 확연하다. 경기침체의 전주곡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컨테이너 시황을 보여주는 대표 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하반기 내내 연속 하락세다.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SCFI는 이달 7일 기준으로 1579.21을 찍었다. 올해 1월 5109.6으로 정점을 찍은 후 1년이 되지 않아 1500선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지난 6월 초 깜짝 반등하기도 했지만, 하반기 들어 낙폭이 커지며 21주 연속 하락했다. SCFI는 상하이 컨테이너 운송 시장에서 거래되는 15개 항로의 운임을 반영하는데, 지수 하락은 물동량이 그만큼 줄었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동량 감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해운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전쟁과 에너지 위기 등 변수가 워낙 많아 예측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4년까지 컨테이너 물동량이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운임 하락은 3분기부터 가속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하락세로 이 같은 약세 국면은 2023~2024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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