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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투명성·신뢰성·수용성 3대 원칙 담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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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전석원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석원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우리나라는 현재 원자로 24기를 운영 중인 전 세계 5위의 원전 대국이다.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폐기물)의 안전처분에 있어 책임 있는 실천이 필요한 이유이다.

우리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과정에서 안면도 사태, 부안 사태 등 여러 차례 주민들의 반대를 경험했다. 그러나 19년이란 긴 진통 끝에 경주 방폐장을 완공하고 중저준위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고 있다.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2005년 제정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명기된 주민투표를 거쳐 처분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조항과 선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조항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없앴다. 특히 중저준위 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를 분리한 것은 중저준위 방폐장이 곧 고준위 방폐장이 될 거란 불안을 종식하는 게임체인저가 됐다.

지금은 핀란드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운영을 앞두고 있어 고준위 방폐장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당시만 해도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전례가 없는 사업으로 국민적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민의 안전성이 담보되고 정책적 투명성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처분 부지 선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고준위 폐기물 관리사업을 위해 처분장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 이 문제의 해법 역시 고준위 폐기물 관리 특별법에 있다. 그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특별법에 무엇이 담겨야 할까?

첫째 정책의 투명성이다. 즉 투명한 부지선정 절차와 주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특히 처분부지 선정 단계에서 주민들의 거부권이 보장돼야 한다.

두 번째는 기술의 신뢰성이다. 축적된 기술을 담보로 처분장 부지 확보와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확보를 위한 이정표로 제시한 2050년 처분 시점이 그 예다.

세 번째는 지역 지원에 대한 법률적 보장이다. 방폐장은 기피시설인 만큼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처분사업의 수용성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고준위 폐기물 관리 특별법으로 세 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해 제도적 논의를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시도만으로 성공을 기대할 수 없으며 면밀한 계획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사업은 특히 그렇다.

고준위 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처분사업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높여 처분장 부지 선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전석원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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