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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반복된 ‘부재중 전화’, 스토킹법 취지에 부합…행위 자체 처벌해야”

중앙일보

입력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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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으로 전화해도 상대방이 받지 않으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에 검찰이 항소했다. 부재중 전화만으로 공포심과 불안감을 줬다면 반복된 발신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스토킹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지검은 스토킹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전연인 B씨에게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반복해서 전화한 혐의를 받는다. 하루에 4시간 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건 적도 있지만, B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전화를 계속했어도 상대방이 받지 않았고 부재중 전화만 표시됐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 판사는 “상대방 전화에 울리는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다”며 2005년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당시엔 스토킹법이 없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복된 전화 등 스토킹과 유사한 행위를 처벌했다.

이에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작년 10월 시행된 스토킹법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스토킹법에 따르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정의한다.

검찰은 “반복적으로 전화하는 행위는 전형적인 스토킹 유형”이라며 “스토킹법은 정보나 의사 전달 여부와 관계없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주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전화를 받았는지 아닌지에 따라 범죄 성립이 달라진다고 해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부재중 전화만으로 충분히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반복된 발신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스토킹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다”며 1심 판결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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