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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최수연 1년, 네이버 ‘3대 숙제’ 진도 얼마나 뺐나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네이버 최수연 대표(오른쪽)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왼쪽). [사진 네이버]

네이버 최수연 대표(오른쪽)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왼쪽). [사진 네이버]

‘글로벌, 새 먹거리, 새 문화’라는 네이버의 3대 과제는 얼마나 진도가 나갔을까. 1년 전 신선하게 등장한 81년생 최수연 최고경영자(CEO)와 78년생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중간 평가대에 올랐다. 시장이 차분히 기다려주기에는 경제 상황이 만만치 않다.

무슨 일이야

7일 네이버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1% 증가한 2조 573억원, 영업이익은 5.6% 감소한 3302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16.1%로, 전 분기보다 0.4%p 줄었다. 구글·카카오 같은 국내외 테크 기업들이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것에 비하면 선방한 편. 하지만 실적이 보여주는 질문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① ‘돈 버는 검색, 돈 쓰는 신사업’ 언제까지?

네이버는 사업을 △서치플랫폼(검색·배너 광고) △커머스(쇼핑 광고·중개·멤버십) △핀테크 △콘텐츠(웹툰·스노우·뮤직) △클라우드 5개 부문으로 분류하는데, 클라우드를 제외한 4개 부문 매출이 모두 늘었다. 네이버는 구(舊)산업이자 캐시카우인 서치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려고 노력해 왔고, 지난해 1분기부터는 서치플랫폼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 미만으로 내려왔다. 후발 사업들이 더 가파르게 성장했다는 얘기다. 이번 3분기에도 콘텐트 부문 매출은 31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3% 고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으로 보면 구산업 의존도가 도리어 심해졌다. 네이버는 지난 2분기부터 주요 부문별 손익을 공개하고 있는데, 검색·쇼핑 부문은 3분기 합산 4633억원, 핀테크는 34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콘텐츠 부문은 1047억원의 적자를 봤다. ‘돈 버는 사업’과 ‘돈 쓰는 사업’ 간극은 지난 2분기보다 더 벌어졌다. 이 구조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김남선 CFO는 웹툰 등 신사업 마케팅 비용에 대해 “합리적으로 가겠다”며 축소를 예고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② C2C가 벌 때까지, B2B가 벌어줄 텐가

그간 네이버의 전략은 이랬다. 1차 캐시카우인 광고가 버텨줄 동안 2세대인 커머스와 B2B(기업 간 거래)를 키우고, 그 후에는 2세대가 번 돈으로 3세대(콘텐트·메타버스 등)에 집중 투자하기. 3년 전 한성숙 전 대표가 “커머스·B2B로 재도약한다”고 선언했고 실제 굵직한 사업으로 키워냈다. 최근 네이버는 3세대 먹거리에 커뮤니티와 C2C(개인 간 거래)를 추가했다. 글로벌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지난달 16억 달러(약 2조원)에 인수했고, 이재후 번개장터 전 대표를 임원으로 영입했다.

네이버 2세대 사업들이 규모있는 수익을 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네이버 커머스 3분기 매출은 4583억원. 단, 회사는 커머스 자체 영업이익을 공개하지는 않고 검색 영업이익과 합쳐 발표한다. 회사 B2B 사업 핵심인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3분기 9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고, 영업손실은 572억원으로 전 분기 손실(362억원)보다 폭이 커졌다.

상황이 이렇자, 네이버는 클라우드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날 회사는 웍스모바일·클로바·파파고·웨일 등 여러 사업 부서에 흩어져 있던 인공지능(AI)과 B2B 조직을 ‘뉴클라우드’ 산하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최수연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인프라·플랫폼·솔루션 영역까지 최적화한 통합 사업 구조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우선 목표는 일본 내 B2B 사업 확장.

③ ‘허리띠 조른다’는데 기업문화와 자회사 처우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김남선 CFO는 ‘비용 합리화’를 강조했다. 거시경제 불황에 대비, 성과가 불명확한 투자는 이미 상당수 회수를 진행했고, 인건비 증가 속도도 낮추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기업문화에 관심이 쏠린다. 새 경영진 취임의 직접 계기는 지난 2021년 발생한 네이버 사내 괴롭힘 사건이었다. 앞서 회사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소수의 리더에게 권한이 집중돼 혁신과 소통이 어려웠다고 자체 진단했다.

그런데 네이버의 클라우드 조직이 개편되면 ‘기술 콘트롤 타워’의 힘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지난 2020년에도 B2B 사업을 한데 모아 효율화하는 조직 개편을 했지만, 클로바와 웍스모바일 같은 개별 조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데 이제 거대 기술 조직이 생기는 셈이니, 자율성·창의성 확보는 한층 더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 최 대표는 이날 오후 사내 간담회 ‘컴패니언 데이’를 열고 조직 개편과 구성원들의 소속 이동에 대해 논의했다.

인건비 절감 기조가 계열사 처우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계열사를 늘린 카카오와 달리, 그간 네이버는 본사에 역량과 처우를 집중해 왔다. 서비스의 운영·유지를 담당하는 IT 계열사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지난 5일에는 그중 하나인 엔테크서비스(NTS) 직원 300여 명이 회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본사인 네이버와 깊이 연계돼 일하지만 간접 고용구조로 연봉에 차별이 크다”고 주장한다.

네이버는 지난달 미국 1위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달 미국 1위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했다. 사진 네이버

앞으로 네이버는…주목할 점

‘최수연의 C2C 빅딜’은 언제 성과를 낼까. 최 대표는 5년, 10년 뒤를 얘기한다. 이날 그는 실적발표 첫머리에 “포쉬마크 인수는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새로운 리테일의 발걸음”이라며 “5년, 10년 뒤 네이버의 의미 있는 성장을 이끄는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넘어야할 산이 많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달 포쉬마크 빅딜 발표 후 급락,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날도 전날 대비 2.87% 하락한 16만9000원을 기록했다. 최 대표에 남은 임기는 2년 4개월.

5년간 CEO로 일한 한성숙 전 대표의 ‘물류 빅딜’은 성과 가시화까지 2년이 걸렸다. 지난 2020년 10월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3000억원 어치 주식을 교환했고, 최근 물류 협력을 통해 ‘네이버 도착보장’(빠른 배송)을 시작했다. 2025년 즈음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전체 물량의 50%를 빠른 배송으로 소화하겠다는 게 회사의 구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빅딜도 내년 3월이면 2주년으로, 성과를 내야 할 때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이 통합한 A홀딩스가 지난해 3월 출범했다. 최 대표는 이날 “내년부터 네이버의 쇼핑 검색 광고 솔루션이 야후의 검색 결과에 적용될 것”이라며 “연내에 계약 체결 예정”이라고 했다. 야후를 대상으로 네이버의 글로벌 B2B 매출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최 대표는 “네이버의 검색과 광고, 페이 모델을 그대로 이식하고, 일본 시장에서 메신저 라인 점유율도 높기에 사업적 강화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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