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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꽂힌 첨단기술…로봇 친화형 건물, 네이버 신사옥 가보니[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화제의 사옥은 단연 네이버 제2사옥 ‘1784’다. 주소지인 ‘정자동178-4번지’와 산업혁명이 일어난 1784년에서 착안한 명칭. 네이버가 자체 구축한 5G 특화망을 기반으로 건물 곳곳에 네이버의 첨단 기술이 녹아 있다는 이곳을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찾고 있다. 최근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인 기술 B2B(기업간 거래)의 한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1784에 뭐가 있길래? 직접 가봤다.

로봇 친화 건물인 네이버 신사옥. 건물주소인 '정자동178-4'번지와 산업혁명이 일어난 1784년에 착안해 사옥 이름을 지었다. 연합뉴스

로봇 친화 건물인 네이버 신사옥. 건물주소인 '정자동178-4'번지와 산업혁명이 일어난 1784년에 착안해 사옥 이름을 지었다.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2일 네이버에 따르면 채선주 대외·ESG 대표와 기술 자회사 네이버랩스, 네이버클라우드 실무진 등으로 구성된 ‘팀 네이버’는 4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에 동행한다. 5000억달러(약 709조원) 투자 규모의 스마트시티 ‘네옴시티’ 조성 사업을 따내기 위한 출장이다. 네이버는 1784에 적용한 스마트빌딩 관련 기술들을 사우디 측에 발표할 예정. 네이버 관계자는 “1784의 공간과 기술 전체를 플랫폼으로 파는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출장도 AI, 클라우드, 로봇을 비롯해 스마트빌딩을 세일즈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1784는 지난 7월말 방한한 미국 국무부 빅토리아 뉼런드 정무담당 차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찾아 화제가 된 곳이다.

이게 왜 중요해  

글로벌 기술 B2B 키운다 : 글로벌 B2B 시장을 노리는 네이버의 무기는 기술이다. 한국에서 검증한 기술과 솔루션을 패키지나 플랫폼으로 묶어 해외 시장에 이식하는 모델이다. 그 첫 주자는 커머스였다. 한국에서 거래액 28조원(2021년 기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규모의 거대 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커머스 솔루션 수출에 나섰다. 우선 일본에서 8900만 라인 사용자를 기반으로 지난해 10월 스마트스토어의 일본판 ‘마이스마트스토어’를 오픈했고, 지난 8월엔 일본 최대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페이 가맹점에 스마트스토어 솔루션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또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AI와 클라우드 기술과 인재를 모으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역시 글로벌 B2B를 위한 포석. 그간 사내 벤처 클로바CIC를 중심으로 개발한 AI 기술은 챗봇, AiCall, 본인 인증 등 다양한 B2B 서비스로 제공되며 해외 진출 파이를 키웠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계기로, 인공지능(AI), 로봇,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과 공간을 묶은 스마트빌딩 수출을 본격화한 것이다. 고객사가 원하는 기술을 선택해 구매 가능한 모듈형 사업이다. 네이버 기술의 집약체인 사옥 1784는 성공 레퍼런스로, 글로벌 B2B의 한 축인 셈.

네이버 제2사옥 1784 내 부속의원 케어. 연합뉴스

네이버 제2사옥 1784 내 부속의원 케어. 연합뉴스

첨단기술 테스트베드 : 1784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도시협회로부터 로봇 친화형 건축물로 인증받았다. 그 과정에서 출원한 특허만 316건. 건물에는 클라우드, 5G 특화망,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뿐 아니라 AI와 음성인식 등 네이버의 모든 기술이 활용·개발되고 있다. 사내 병원인 ‘케어’는 클로바 헬스케어의 기술이 적용돼 환자의 병력을 온라인으로 듣고, AI 기술로 진찰 사항이 의료 용어로 자동 변환돼 병원 내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했다.

직접 가보니 어때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신사옥 1784에 방문했다.
로봇과 공존 : 건물 곳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110cm 높이의 자율주행 로봇 ‘루키’다. 60여 대의 루키는 임직원들에게 커피 등 음료와 택배 등을 배달한다.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인 어라운드(AROUND)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루키는 건물 자체 5G망과 클라우드를 활용해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인 ‘아크’와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사람이 로봇을 가로막아도 인식 후 사람을 피해 지나가고,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를 찾아 이동한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충전 장소를 찾아간다. 이후 양팔 로봇 ‘앰비덱스’가 루키를 청소하고 소독하는 역할을 한다. 건물 어디에도 문턱이 없어 로봇이 이동하기 편하게 설계됐다.

1784 내부 카페에서 주문받은 커피와 음료를 배달하는 자율주행 로봇 루키. 여성국 기자

1784 내부 카페에서 주문받은 커피와 음료를 배달하는 자율주행 로봇 루키. 여성국 기자

다가온 미래 : 직원들은 스피드게이트, 업무 지원 센터, 병원, 식당, 편의점 등을 사원증 없이 얼굴 인식으로 통과했다. 로봇 ‘루키’가 가져다준 음료도 카메라를 통해 얼굴 인식을 거친 후 받을 수 있다. 클로바의 얼굴 인식 기술이다. 마스크를 쓴 채로도 인식된다. 또 회의실을 예약하면, 직원들이 모바일 기기로 회의실 온도, 조명, 환기 등을 직접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곧 도입 예정인 AI 회의실에서는 AI 스피커 ‘클로바 클락’이 녹음 내용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클로바노트와 연동돼 자동으로 회의록 참석자에게 공유한다.

협업의 총체 : 로봇 친화형 건물을 위해 시공은 삼성물산, 5G특화망(이음 5G) 장비는 삼성전자가 담당했다. 로봇 엘리베이터는 현대엘리베이터 자회사인 현대무벡스가 개발했고, 로봇 배터리와 충전시스템은 LG에너지솔루션이 맡았다. 1784에 구현된 스마트빌딩 기술이 해외로 판매된다면, 네이버뿐 아니라 참여 기업들도 동반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는  

글로벌 B2B 시장을 공략하는 네이버는 1784뿐만 아니라 내년 세종시에 구축할 제2데이터센터인 ‘각 세종’도 테스트 베드로 삼을 계획이다. 점유 면적이 넓은 데이터센터 특징에 맞춰 자율주행 셔틀버스, 서버 관리자를 돕는 로봇 등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