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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산' 1.5조 재난안전통신망, 이태원때 '반쪽 작동'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1조5000억원을 투입한 재난안전통신망이 이태원 참사 당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 대응 기관 내부 소통에만 활용했을 뿐 기관끼리 소통에는 활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재난(안전)통신망이 이런 재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다”며 “이와 관련된 조사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소방을 비롯해 경찰과 군, 지자체 등 재난 대응 기관별 무선통신망을 통합하는 전국 단위 통신망이다. 사진은 재난안전통신망 무전기 들어 보이는 소방관. 사진 경기소방본부

재난안전통신망은 소방을 비롯해 경찰과 군, 지자체 등 재난 대응 기관별 무선통신망을 통합하는 전국 단위 통신망이다. 사진은 재난안전통신망 무전기 들어 보이는 소방관. 사진 경기소방본부

사고 발생 86분 후 첫 그룹 통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수습상황 및 향후 계획 등 중대본 회의 주요 논의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성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 우종수 경찰청 차장,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이일 소방청 119 대응국장. 연합뉴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수습상황 및 향후 계획 등 중대본 회의 주요 논의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성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 우종수 경찰청 차장,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이일 소방청 119 대응국장.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은 경찰청·소방청·해양경찰청·지방자치단체 등 333개 재난 유관 기관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전국 단일 통신망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소방과 해경·해군이 각기 다른 통신망을 사용해 서로 연락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행정안전부가 구축했다. 4세대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전화기 같은 일종의 단말기로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과 동시에 연결이 되도록 만든 장비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선 용산재난상황실·서울재난상황실·행정안전부 등 40개 기관이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해 최초로 통화한 것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41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사상자가 이날 오후 10시 15분부터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늦게 그룹 간 통화가 시작한 셈이다.

이에 대해 김성호 행정안전부(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사실 버튼만 누르면 유관 기관을 연결해서 통화할 수 있는 체제가 돼 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잘 작동이 안 됐다”며 “다만 소방·병원·경찰 등 기관 안에서 통화는 재난안전통신망으로 원활하고 활발하게 통화가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관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현장에서 활용하는 훈련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대답했다.

“112·119 신고통합 연계 필요”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중대본 회의 결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관련 중대본 회의 결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브리핑에는 112·119 신고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상황실)과 연결된 119는 사고 당일 오후 10시 15분 최초 신고를 받았지만, 행안부 상황실과 신고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112는 당일 오후 6시 34분 처음 관련 신고를 받았다.

112·119 신고 통합에 대해 방문규 실장은 “당연히 연계가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본부장도 “경찰청과 협의해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 정보를 취합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윤희근 경찰청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밖에 사고 당일 오후 11시 21분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으니 전력을 동원해 인명을 구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해 30일 자정 이후 상황 보고를 받은 배경을 묻자 우종수 경찰청 차장은 “일부 감찰에서 문제점이 있는 게 확인됐다”며 “그 부분은 전날 감찰을 넘어 수사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당일 윤 청장이 충청북도에 머물렀던 배경에 대해서 우종수 차장은 “아마 개인적인 용무가 있어서 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세하게는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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