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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구두 생산 '마리오 상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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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정말 홀가분합니다. 이제 진짜 한국의 명품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최근 남성화 브랜드 '마리오 워모(MARIO UOMO)'를 새롭게 출시한 중소 신발 제조업체 마리오상사의 엄상훈(45.사진) 사장은 "상표권 문제가 해결돼 속이 시원하다"는 말부터 했다.

마리오워모 브랜드는 90년대 후반 남성화 시장에서 '스니커스(운동화와 비슷한 끈이 달린 구두를 일컫는 말)'열풍의 주역이었던 '마리오 파죠티'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엄사장이 잘 나가던 브랜드 이름을 바꾼 것은 상표권 시비 때문이다. 1994년 이탈리아 브랜드인 '체사레 파죠티'라는 이름과 비슷하게 상표를 만든 것이 발단이었다.

엄사장은 "마리오 파죠티가 인기 브랜드로 자리를 잡던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품질과 디자인도 이탈리아 명품 못지 않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명품과 비슷하게 만든 상표에 함정이 있었던 것이다.

회사 측은 이 기회를 진정한 '명품'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지난해 (45억원) 보다 다소 줄 전망이지만 상황이 경쟁 브랜드보다 나쁘지는 않다.

생산 방식은 철저한 '다품종 소량 생산'을 고수하고 있다. 하루에 한 개꼴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즉시 완제품 형태로 제작한다. 이후 품평회를 거쳐 채택된 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한다.

조직이 크지 않아 개발과 상품화의 의사결정을 빨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생산량이 적다보니 매장에는 사이즈별 제품이 충분치 않다. 판매제품의 70%는 매장에서 사이즈를 잰 다음 나중에 제작된다고 한다. 가격은 20만원대로 타사 제품보다 수만원씩 비싼 편이다. 그래서 한 켤레를 10여번씩 공장에서 수선해 신는 고객들도 적지 않다. 많지는 않지만 타조 가죽으로 만든 1백20만원짜리 구두를 찾는 사람도 있다.

엄사장은 "매장 증설이나 수출 요청이 있지만 뒤로 미룰 예정"이라며 "디자인과 품질에서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회사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실 멤버 4명과 엄사장이 1년에 최소한 두 차례씩 이탈리아를 다녀와 세계적인 명품 구두들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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