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떠십니까] 라이터 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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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한때는 외화 획득의 효자, 그러나 이제는 사양(斜陽) 산업의 대명사. 바로 라이터 산업을 이르는 말이다.

한국라이터공업협동조합의 이영재 전무는 "받아들이기는 싫지만 현실은 현실"이라며 '사양'이라는 표현을 인정했다. 한창때 90여개사에 달했던 협회 회원업체는 현재 30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상당수가 라이터 생산 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다.

쇠락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제품의 거센 도전때문이었다. 중국 제품은 싼 가격을 내세워 세계 라이터 시장을 석권했다. 1회용 라이터의 공장도가가 국산이 80원선, 중국제가 50~60원선이다. 그나마 정부가 중국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북한산 라이터가 대거 수입돼 업체의 불만이 크다. 금연 운동의 확산도 라이터 업계의 목줄을 죄는 요인의 하나다. 국산 1회용 라이터는 연간 5천만개 정도 생산되며 국내 시장의 30~40%를 점유하고 있다.

라이터 업계는 1회용 라이터와 함께 충전식 가스라이터 시장을 잃은 것을 아직도 아쉬워한다.

충전식 라이터는 디자인 개발과 품질 개선에 투자만 있다면 중국보다 경쟁력이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라이터가 최고의 선물로 여겨질 정도로 세계 시장은 엄존하고 있고, 고가품 제작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시장을 잡기 위해 90년대 중반 국내 업체들과 정부가 함께 '쎄자르'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터 업계가 전반적으로 쇠퇴하면서 유야무야 됐다. 추가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론슨.코리브리.지포 등이 세계의 고급 라이터들이 명맥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아쉬운 대목이다. 이 전무도 "세계 최고의 생산국이었으면서도 세계 수준의 브랜드 하나 갖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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