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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더티밤' UN에 문제제기…"나토 분열 의도"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사용 가능성에 대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방사능 측정 도구.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사용 가능성에 대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방사능 측정 도구.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의 '더티밤(Dirty bomb,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결합한 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서방 측은 확전 빌미로 삼으려는 러시아의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더티밤을 만드는 우크라이나 내 과학시설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특정 루트를 통해 수차례 확인했다"며 "25일 중으로 유엔 안보리에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더티 밤을 사용할 경우를 대비해 방사능 오염 조건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병력·자원 준비에 나섰다고 밝혔다.

앞서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유엔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정권이 더티밤을 사용할 경우 핵 테러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더티밤은 핵폭탄만큼의 파괴적인 위력은 없으나 광범위한 지역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킬 수 있다. BBC에 따르면 더티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사용된 적 없는 무기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측은 러시아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사용 명분으로 삼기 위한 '거짓 깃발 공격'이라는 의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미·영·프 외무장관들은 "이 같은 주장을 러시아의 확전 빌미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간파했다"며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이날 미·영 국방장관과 러시아 측의 우크라이나 더티밤 사용 의혹에 대해 논의한 후 '허위 주장'이라고 일축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러시아의 이런 발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 중단을 압박하는 시위 혹은 나토 동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서방 측은 러시아의 실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ISW는 "러시아도 자국 군과 자국 통제 하에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피해를 고려할 때 핵무기 사용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AP=연합뉴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AP=연합뉴스

미국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군 수뇌부와의 대화에 나섰다. 이날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대화 채널을 개방키로 합의했다. 둘 사이 오간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날인 23일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통화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도 통화했었다. 양국 국방장관의 대화도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쇼이구 장관은 지난 23일 미국에 이어 영국, 프랑스, 튀르키예 등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과 연달아 전화 회담에 임했다. 이 통화에서 쇼이구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더티밤 도발 가능성에 대해 브리핑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조만간 현지에 사찰단을 파견할 방침이라고 로이터가 전했다. IAEA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2개 핵시설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며 "수일 내로 이들 장소를 방문해 신고되지 않은 핵 관련 활동이나 물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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