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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두 가지 이상 기능 저하 ‘다중 노쇠’ 있으면 시설 입소율·사망률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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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병원리포트  아주대 의대 이윤환 교수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다중 노쇠’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려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윤환 교수는 전국 65세 이상 인구를 대표하는 표본인 2008년도 노인실태조사 자료를 이용해 9171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신체적으로 노쇠한 노인이 다른 인지·정신·사회 기능의 문제가 함께 있으면 건강에 더 크게 악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인지 기능은 경도인지장애를 의미하며, 정신 기능은 우울증, 사회 기능은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 독거, 사회적 지지 부재, 낮은 사회활동 등을 말한다.
 
연구결과 전체 대상자(9171명) 중 건강한 노인 30.6%, 신체적 노쇠만 있는 경우 20.1%, 두 가지 영역 저하가 있는 경우 25.2%, 세 가지 영역 저하가 있는 경우 18.0%, 네 가지 영역 저하가 모두 있는 경우 6.1%였다. 즉 대상자 중 절반 정도(49.3%)가 두 가지 이상의 기능 영역에 문제가 있는 ‘다중 노쇠’ 상태였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건강한 노인에 비해 신체적 노쇠 한 가지만 있는 경우 시설 입소 위험이 1.97배, 사망 위험은 1.14배 높은 반면, 두 가지, 세 가지 기능 영역에 함께 문제가 있는 경우 시설 입소 위험도가 각각 2.07배, 2.89배, 사망 위험은 1.81배, 1.91배로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신체적 노쇠와 함께 인지·정신·사회 네 가지 모든 기능 영역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시설 입소율이 3.48배, 사망률이 3.95배까지 높아졌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또한 어떤 기능 영역에 이상이 있는지에 따라 위험의 정도에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신체적 노쇠와 우울증이 동반한 경우 입소율은 2.85배, 사망률은 2.47배 높았다. 특히 ▶신체적 노쇠와 인지장애, 낮은 사회 기능 상태를 동반한 경우와 ▶신체적 노쇠와 인지장애, 우울증을 동반한 경우 입소율(각각 3.94배, 3.18배) 및 사망률(2.41배, 1.97배)이 다른 기능 이상보다 위험도가 더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신체적 노쇠와 함께 우울증, 인지장애가 함께 있는 경우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신체적 노쇠는 노화가 급속히 진행돼 항상성 유지가 어려워져 외부 스트레스(감염·낙상·수술 등)에 취약한 상태로 장애, 요양시설 입소, 사망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증후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의 8.3%가 노쇠하며, 49.3%가 전 노쇠 상태다. 이윤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중 노쇠가 얼마나 위험한지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신체 기능의 저하뿐 아니라 인지, 정신, 사회 기능의 저하에 경각심을 갖고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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