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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英탈리아' 경제 망친 정치…영혼 탈탈 털린 그 나라는?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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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재임 46일만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재임 46일만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탈리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탈자, 아닙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올린 기사의 제목입니다. 원문은 ‘Welcome to Britaly.’ 영국(Britain)과 이탈리아(Italy) 합성어죠. 영국의 최근 상황이 이탈리아와 비슷하다는 의미였습니다. 기사 게재일 바로 다음날 사퇴를 선언한 리즈 트러스 총리가 창과 방패를 들고 있는 삽화도 함께 올라왔는데요. 창은 거대한 포크, 방패는 영국 국기모양의 마르게리따 피자였습니다. 물론, 두 국가를 단순 비교하는 건 영어 표현처럼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comparing apples with oranges), 즉 무리가 있는 일이죠. 이코노미스트 역시 “영국의 경제는 여러 지표로 볼 때 이탈리아보다는 안정적”이라며 “이탈리아의 문제는 유럽연합(EU) 안에 있기에 발생했고, 영국은 반대로 EU에서 탈퇴(브렉시트ㆍBrexit)를 하면서 불거졌다는 것도 차이”라고 짚습니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는 자국인 영국이 이탈리아와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는 예견과 분석을 다음의 이유로 내놓았습니다.

이코노미스트가 실은 트러스 총리 삽화.

이코노미스트가 실은 트러스 총리 삽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치적 불안정성입니다. 영국은 2015년 5월 이후 총리가 4번(데이비드 캐머런→테리사 메이→보리스 존슨→트러스) 바뀌었습니다. 장관의 수명 역시 해를 넘기기 어렵죠. 경제 수장인 재무장관은 올해 7월부터 2번이 바뀌었고 다가오는 선거 이후 또 한 번 바뀔 예정입니다. 경제 정책이 연속성은커녕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입니다. 2010년엔 영국 국민의 절반이 “정부를 그래도 믿는다”고 답했는데 지금은 40%도 안 된다고 합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탈리아 국민의 정부 신뢰도는 17%(2010년)에서 올해 4%라고 합니다. 지금과 같은 정치 불안정이 계속된다면, 영국 역시 이탈리아의 길을 걷게 될 거라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입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2016년 당시 사진으로, 덥수룩한 머리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AP=연합뉴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중앙포토]

이탈리아도 예전엔 탄탄한 내수 경제를 자랑했습니다. 지금도 선진국 클럽인 주요 7개국(G7) 회원국이죠. 그러나 경제 지표상 이탈리아는 G7 중 뒤에서 1등입니다. 지난해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한국이 약 3만1000달러로, 이탈리아를 근소하게 앞설 것이란 분석도 나왔죠. 이탈리아의 추락은 아마도 이 정치인과 시작되지 않았을까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인 그는 사생활도 문란했지만 정치적으로도 혼란만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러스 총리의 전임자인 보리스 존슨이 영국의 베를루스코니일 수 있다며 ‘보를루스코니’라는 별칭까지 붙였습니다.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에 반대하는 의미로 그의 퇴임 당시 '잘 가라 보리스!'라는 팻말을 든 시위대 여성. A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에 반대하는 의미로 그의 퇴임 당시 '잘 가라 보리스!'라는 팻말을 든 시위대 여성. AP=연합뉴스

아무리 ‘보를루스코니’라고 해도 정부를 잘 꾸렸다면 비판을 받을 리 없죠. 이코노미스트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부터 영국의 저성장은 고착화되기 시작했다”고 꼬집습니다. “정치적 안정성은 성장의 전제조건”이라고 하면서 말이죠.

트러스 총리는 재임 46일 만에 발목이 잡혀 사퇴를 선언했고, 재임 중 유일한 성취는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국장을 무사히 치른 것뿐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트러스 총리가 주관한 행사도 아니죠. 영국의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현재진행형이고, 이코노미스트의 이번 분석은 영국에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입니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만큼 정치가 해야 하는 역할이 크다는 경종을 울린 이 글을 읽으면서, 자꾸 여의도가 불안한 이유. 억측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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