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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한 뒤 적반하장 북한…전문가들 "기습적 국지도발 가능성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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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한·미의 각종 연합훈련에 책임을 돌리며 자신들의 군사행동에 명분을 쌓는 모습이다. 무력도발 전후로 외무성·총참모부 등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고 이를 근거로 무력도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패턴을 반복하면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14일 오후 포병 사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오후 5시쯤부터 북한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80여 발의 포병사격과 오후 5시 20분께부터 서해 해주만 일대에서 장산곶 일대까지 200여 회의 다수 포성 청취와 해상의 물기둥을 관측해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2020년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한 포병부대들의 포사격 대항 경기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14일 오후 포병 사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오후 5시쯤부터 북한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80여 발의 포병사격과 오후 5시 20분께부터 서해 해주만 일대에서 장산곶 일대까지 200여 회의 다수 포성 청취와 해상의 물기둥을 관측해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2020년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한 포병부대들의 포사격 대항 경기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외교가에선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무력도발 대해 '압도적 대응' 방침을 천명한 만큼 '강대강 정면승부' 기조를 이어가는 북한의 도발 명분쌓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북한군 총참모부는 15일 대변인 '발표'를 통해 "14일 오전 9시 45분경 아군 5군단 전방지역인 남측 강원도 철원군 일대에서 적들의 포사격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동부 및 서부 전선 부대들이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동·서해상으로 방사포 경고 사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14일에도 "13일 아군 제5군단 전방 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시간에 걸쳐 포사격을 감행했다"며 "우리는 남조선 군부가 전선지역에서 감행한 도발적 행동을 엄중시하면서 강력한 대응 군사행동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남측이 먼저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고 자신들도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포병 사격을 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의 최근 도발 패턴을 보면 한·미 연합훈련을 구실삼아 자신들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 6일에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직전에 외무성 공보문 통해 "미국이 한반도 수역에 항공모함타격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엄중한 위협을 조성한 데 대해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예고한 대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력 공갈이 가중될수록 그를 억제하기 위한 우리의 힘도 정비례하여 계속 강화될 것"이라는 경고를 행동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그래픽] 최근 북한 도발 일지(종합) [그래픽] 최근 북한 도발 일지(종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5시께부터 북한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80여 발의 포병사격과, 오후 5시 20분께부터 서해 해주만 일대에서 장산곶 일대까지 200여 회의 다수 포성 청취와 해상의 물기둥을 관측해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그래픽] 최근 북한 도발 일지(종합) [그래픽] 최근 북한 도발 일지(종합)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후 5시께부터 북한 강원도 장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80여 발의 포병사격과, 오후 5시 20분께부터 서해 해주만 일대에서 장산곶 일대까지 200여 회의 다수 포성 청취와 해상의 물기둥을 관측해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끝

남북 9·19 군사합의를 의도적으로 넘나드는 북한의 도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군은 오는 17일부터 28일까지 연례 야외 기동훈련인 호국훈련을 시행하는데, 이번 훈련에도 일부 미군 전력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호국훈련을 빌미로 고강도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빌미로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되는 중국 당대회 기간(16~22일) 동안 수위조절에 나설 수 있지만, 호국훈련을 빌미로 기습적인 국지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휴일인 16일 오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을 찾아 "최근 북한이 9.19 군사합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은 치밀하게 계획된 도발이자, 의도된 일련의 도발 시나리오의 시작일 수 있다"면서 "작전현장의 지휘관과 장병들이 북한의 성동격서(聲東擊西)식의 직접적 도발이 발생할 경우 추호의 망설임 없이 자위권 차원의 단호한 초기대응을 시행하는 현장 작전종결태세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한편 북한은 중국의 제20차 당대회를 맞아 중국과 친선관계를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1면에 김 위원장이 보낸 제73주년 중국 국경절(10월1일) 기념 축전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답전을 실었다. 시 주석은 답전에서 "지금 국제·지역 정세에서는 심각하고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중조(북·중) 쌍방 사이에 전략적 의사소통을 증진시키고 단결과 협조를 강화해야 할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며칠 있으면 중국 공산당은 제20차 대회를 소집하게 된다"면서 "이번 대회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의 여러 민족 인민들이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새로운 노정에 들어서고, 두 번째 백년분투 목표를 향해 진군하는 관건적인 시기에 소집되는 매우 중요한 대회"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축제' 기간에 맞춰 도발을 자제해 달라는 의사표시를 북한에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도 이날 중국 공산당 측에 제20차 당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축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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