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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메기 매운탕 어쩌나…100도서도 못없애는 독소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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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6월 21일 부산 북구 화명대교 아래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하자 낙동강 내수면 어민총연합회회원 50여 명이 선박 30척을 동원하여 부산 북구 화명대교에서 낙동강 하구둑까지 '낙동강 하구둑 철거 및 낙동강 대형보 철거'를 주장하며 수상 시위를 펼쳤다. 어민들은 하구둑과 대형보로 인해 낙동강이 호수로 변해 녹조 발생 등으로 고기가 줄어 생계가 불안하다며 낙동강을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지난 2015년 6월 21일 부산 북구 화명대교 아래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하자 낙동강 내수면 어민총연합회회원 50여 명이 선박 30척을 동원하여 부산 북구 화명대교에서 낙동강 하구둑까지 '낙동강 하구둑 철거 및 낙동강 대형보 철거'를 주장하며 수상 시위를 펼쳤다. 어민들은 하구둑과 대형보로 인해 낙동강이 호수로 변해 녹조 발생 등으로 고기가 줄어 생계가 불안하다며 낙동강을 원상복귀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포토]

지난여름 녹조가 심했던 낙동강에서 잡힌 민물고기에서 높은 농도의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독소가 검출된 사실이 공개됐다.
과거 한강에서 잡힌 민물고기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검출된 바 있어 민물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다면 민물고기를 먹어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물고기가 독소가 얼마나 오염됐느냐, 어떻게 조리하느냐, 얼마나 자주 먹느냐, 건강 상태가 어떤가 등에 따라 좌우될 수밖에 없다"이다.
녹조가 심하게 발생한 곳에서 잡힌 물고기를 자주 먹는다면 당연히 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낙동강 빠가사리·메기에서 검출

빠가사리와 메기 등이 들어간 매운탕. [중앙포토]

빠가사리와 메기 등이 들어간 매운탕. [중앙포토]

대구MBC는 지난 13일 부산MBC와 공동으로 제작한 프로그램 '빅 벙커'를 통해 지난 8월 낙동강에서 잡은 민물고기 체내의 남세균 녹조 독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낙동강에서 잡혀 인근 매운탕 집에 납품되는 빠가사리(동자개)와 메기의 살코기에서 남세균 독소 검출됐다는 것이다.

분석은 부경대 식품영양학과 식품미생물 연구실과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분자미생물학 연구실에서 효소결합면역흡착법(ELISA)과 액체크로마토그래피법(LC-MS/MS)을 사용해 진행했다.

분석결과, 빠가사리 살에서는 ELISA 법으로 측정한 총 마이크로시스틴이 ㎏당 20.23㎍(1㎍=100만분의 1g) 검출됐다. LC-MS/MS 법으로 측정한 값(마이크로시스틴 6종을 더한 값)은 17.8㎍/㎏(ppb)였다.

발암물질로 알려진 마이크로시스틴은 대표적인 남세균 독소로 간 독성과 생식 독성을 나타내며, 미세한 구조 차이로 종류가 270여 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마이크로시스틴은 100도에서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빠가사리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 외에 다른 남세균 독소인 아나톡신도 3.84ppb가 검출됐다.

메기에서는 4.21~5.26 ㎍/㎏(ppb)의 총 마이크로시스틴이, 붕어 즙에서는 L당 1.1㎍(1.1 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느슨한 WHO 섭취 허용량도 초과

지난 7월 말 경남 창원 지역의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낙동강 본포취수장 앞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낙동강네트워크]

지난 7월 말 경남 창원 지역의 상수원수를 취수하는 낙동강 본포취수장 앞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낙동강네트워크]

간 독성과 관련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섭취 허용량(TDI, 체중 1㎏당 0.04㎍)을 체중 60㎏ 성인에 적용하면, 하루 2.4㎍인데, 빠가사리 한 마리만 먹어도 이 허용량의 8.4배가 된다. 메기 한 마리를 먹어도 2배가 넘는다.
물론 한두 번 먹었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고, 평생 이 정도 독소를 계속 먹는다면 문제가 된다는 의미다.

간 독성과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보호국(OEHHA)에서 정한 마이크로시스틴의 하루 섭취허용량(0.0064㎍/㎏)을 체중 60㎏ 성인에 적용하면 0.384㎍인데, 빠가사리 한 마리만 먹어도 이 기준의 50배, 메기 한 마리를 먹으면 허용량의 10배나 된다.

또, 프랑스 식품환경노동위생안전청(ANSES)에서는 정자 감소 등 생식 독성과 관련해 훨씬 엄격한 기준(하루 섭취 허용량 0.001㎍/㎏)을 정했는데, 체중 60㎏의 성인의 경우 하루 섭취 허용량이 0.06㎍이다. 빠가사리 1마리는 337배, 메기는 88배나 된다.

또,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1.1 ppb인 붕어 즙 100mL를 마실 경우 ANSES가 정한 하루 섭취량 허용량의 1.8배나 된다.

한강 모래무지 간에서도 검출돼

녹조가 발생한 서울 마포대교 북단 한강 위로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다. [중앙포토]

녹조가 발생한 서울 마포대교 북단 한강 위로 죽은 물고기가 떠올랐다. [중앙포토]

이에 앞서 지난 6월 발간된 '한국하천호수학회지'에는 '국내 4대강 보에서 채집된 어류 조직에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 분석 및 위해도 평가'라는 논문이 실렸다.

충북대와 국립환경과학원·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 연구팀이 발표한 이 논문에서는 한강과 낙동강 등지에서 잡힌 물고기 215마리 중 3마리의 간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0.222~9.808 ppb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부 보고서에 나온 민물고기 마이크로시스틴 분석 결과(2017년).

환경부 보고서에 나온 민물고기 마이크로시스틴 분석 결과(2017년).

한강 이포보에서 잡힌 모래무지의 간에서 가장 높게 검출됐고, 낙동강 강정고령보에서 붕어·큰납지리의 간에서도 독소가 검출됐다. 나머지 212마리의 간에서는 독소가 검출한계 이하였고, 근육에서 검출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올해 발표됐지만, 실제 물고기 오염도 조사와 분석은 지난 2016년 가을에 진행됐고, 해당 연구 결과는 2017년 1월에 보고서로 환경부에 제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7년 8월 28일 대전과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충북 보은군 회남대교 아래로 어민의 보트가 선회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8월 28일 대전과 충청지역 식수원인 대청호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충북 보은군 회남대교 아래로 어민의 보트가 선회하고 있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논문에서 "일반적으로 물고기의 간을 잘 먹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독소가 검출된 어류로 인해 일반 국민이 독소를 섭취할 수 있는 최대치가 체중 1㎏당 0.00161㎍"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WHO의 하루 섭취허용량의 4% 수준이고, 어패류를 먹는 사람(체중 1㎏ 당 하루 최대 0.00195㎍ 섭취)은 이 허용량의 4.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OEHHA의 하루 섭취 허용량의 25~30%에 해당하고, 프랑스 ANSES 생식 독성 기준보다는 많다.

연구팀은 "본 연구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물고기 섭취로 인한 인체 위해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녹조 심하면 물고기 독소 높을 수도"

환경단체 관계자가 지난 8월 4일 낙동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와인잔에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 관계자가 지난 8월 4일 낙동강 하류지점인 경남 김해시 대동면 김해어촌계 대동선착장에서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 물을 와인잔에 받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과학원 등의 조사 당시 물 시료에서 측정된 남세균 독소 농도는 최대 3.261ppb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낙동강 물 시료에서 측정된 남세균 독소 농도 5000~8000ppb에 비하면 크게 낮다.

환경과학원 등 연구팀도 논문에서 "물속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높거나 유해 남세균 밀도가 높을 경우에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어류의 체내에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른 시기 또는 장소에 서식하는 어류 체내에 포함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서식 어류의 섭취로 인한 남세균 독소 위해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시기와 지점에서 채집된 어류에 대한 정밀 분석이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조류경보제 운영 시 어류에 포함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와 섭취량을 분석, 어류 섭취로 인한 마이크로시스틴의 위해도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기준의 설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녹조 심할 때만 피하면 될까 

금강 하구둑을 통해 녹조가 발생한 강물이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 녹조가 방류되면서 인근 갯벌에서 잡힌 굴이나 조개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고 있다. [사진 김종술]

금강 하구둑을 통해 녹조가 발생한 강물이 바다로 방류되고 있다. 녹조가 방류되면서 인근 갯벌에서 잡힌 굴이나 조개에서도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고 있다. [사진 김종술]

그동안 일부 전문가들은 녹조가 발생한 지역에서 물고기를 먹을 때 내장을 제거하고 먹으라고 충고하기도 했지만, 환경부는 시민들에게 특별히 당부하지는 않았다.

다만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조류경보제의 단계별 조치에서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기는 하다.
관심 단계에서는 별다른 내용이 없고, '경계' 단계에서는 유역ㆍ지방 환경청장이나 시장ㆍ도지사가 어패류 어획ㆍ식용 자제를 권고하게 된다.
또 녹조가 극심한 '조류 대발생' 단계에서는 어패류 어획ㆍ식용을 금지하게 된다.

하지만, 조류 대발생 시기에만 물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물고기 체내에 들어간 남세균 독소는 오래가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면역력 낮은 사람 조심해야

2017년 9월 미국 오하이오 주 노스 톨리도 인근 이리 호에 짙은 녹조가 발생하면서 메기 등 물고기가 호숫가로 떠밀려왔다. 에 메기가 밀려왔다. AP=연합뉴스

2017년 9월 미국 오하이오 주 노스 톨리도 인근 이리 호에 짙은 녹조가 발생하면서 메기 등 물고기가 호숫가로 떠밀려왔다. 에 메기가 밀려왔다. AP=연합뉴스

2017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오대호 연구 저널(Journal of Great Lakes Research)'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은 냉동 남세균 조직에서 분해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녹조 계절에만 적용하는 완화된 섭취 허용량보다는 계절과 상관없이 일정한 섭취허용량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녹조가 발생하는 계절에 특별히 섭취 허용량 10배로 완화할 수도 있지만, 낚시꾼은 잡은 물고기를 얼려서 일년 내내 소비할 수 있고, 식당이나 시장에도 냉동했던 생선을 판매할 수 있어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오대호 가운데 하나이면서 남세균 녹조가 자주 발생하는 이리 호(湖)에서 잡힌 월아이농어에서는 평균 84.14ppb(최대 303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이리 호 지역 낚시꾼의 경우 일반인들보다 최대 6배까지 물고기를 많이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녹조가 오래가는 해, 혹은 짧지만 극심한 녹조가 발생한 해에는 물고기의 정화 시스템이 과부하 돼 물고기 체내에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안전하지 않은 수준의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될 수 있다"며 "어린이나 면역 저하 인구는 일반 성인에 비해 낮은 농도의 독소에도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오대호 가운데 하나인 이리 호에 발생한 남세균 녹조.

미국 오대호 가운데 하나인 이리 호에 발생한 남세균 녹조.

결국 녹조 심한 지역에서는 민물고기의 내장을 제거하더라도 자주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노약자나 임산부 등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녹조 독소 분석을 진행한 부경대 이승준 교수는 "녹조 발생은 단순히 강의 오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결국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며 "국내 녹조는 매우 심각하고 그 결과 역시 우려할 수준인 만큼 식품에 대해 하루빨리 전수 조사와 안전성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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