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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눈 부릅떴는데...남세균 독소, 가볍게 대하는 환경부

중앙일보

입력

지난 7월 경남 창원 지역의 상수원수 취수장이 있는 낙동강 본포취수장 인근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낙동강 네트워크]

지난 7월 경남 창원 지역의 상수원수 취수장이 있는 낙동강 본포취수장 인근에 짙은 녹조가 발생했다. [낙동강 네트워크]

낙동강 주변의 농작물과 수돗물 등에서 녹조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의 독소가 검출됐다는 환경단체 주장에 대해 환경부가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남세균 독소를 검출하기 위해 새로운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환경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환경부 대응이 국제 추세와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난징 정보과학기술대학 교수인 에비에니오스 아가소클레우스와 스페인 지구 생태연합 소속 조셉 페루엘라스 교수는 최근 국제 학술지인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인간의 건강과 야생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에서 시아노톡신의 모니터링, 규제 및 저감"이란 글을 기고했다.

시아노톡신은 마이크로시스틴 등 남세균이 생산하는 독소를 말한다.
아가소클레우스 교수는 그리스 출신으로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페루엘라스 교수가 속한 지구 생태연합은 스페인 생태·임업 응용센터(CREAF)와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바르셀로나 대학의 연구 연합체다.

DNA 기반 나노 센서 기술도 

지난 8월 11일 부산시민들의 식수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11일 부산시민들의 식수 원수를 취수하는 경남 물금·매리 취수장 인근 낙동강이 녹조로 초록색을 띄고 있다. 연합뉴스

아가소클레우스 등 필자는 기고문에서 "유독성 남세균 번성은 비료 사용 같은 인위적 요인과 기후 요인으로 인해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심해졌다"며 "환경 내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는 최고 15만ppb까지도 측정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환경단체 등에서 측정치로 제시한 5000~8000ppb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닌 셈이다.

아가소클레우스 교수 등은 "해로운 조류가 번성하는 시기에는 독소를 방출하는 남세균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새로운 남세균 독소 모니터링 기술(나노프로브 기반 양자점 합텐 기술)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을 0.03ppb까지 검출해낼 수 있고, 향후 DNA 기반의 나노 센서를 활용할 경우 시아노톡신을 훨씬 효과적이고 빠르게 식별·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남세균 독소가 기존 환경기준보다 낮은 농도에서도 사람과 동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더 낮은 농도의 남세균 독소를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에 따라 새로운 환경기준을 설정하거나 기존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는 마이크로시스틴-LR의 하루 섭취 허용량을 체중 60kg 성인의 경우 2.4㎍(마이크로그램, 1μg=100만분의 1g)으로 정했는데, 이보다 낮은 하루 섭취량에서도 인간의 신진대사가 중단되고, 인간의 신장 시스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또, WHO는 평생 마시는 물에 대한 기준을 1ppb로 정했는데, 미국 환경보호국에서는 영유아의 경우는 0.3ppb로 정했고, 나머지 연령대에 대해서는 1.6ppb를 초과하는 물을 10일 이상 마시는 일이 없도록 하는 기준을 정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시민과학이란 관점에서 지역 환경기관의 모니터링 활동에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물의 비정상적인 행동이나 폐사 등을 관찰하고, 이런 상황이 남세균 독소 때문에 발생했는지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가소클레우스 교수 등은 "기후변화와 부영양화 등으로 유해한 남세균 녹조가 심해질 수 있고, 남세균 독소에 대한 노출이 증가할 위험에 있다"며 "유해 남세균 녹조를 막기 위해 살조제(殺藻劑)나 독소 분해 세균 등 새로운 기술도 개발·적용하고, 정부 간 협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0.3ppb 미만 '불검출' 주장은 잘못"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스1

아가소클레우스 교수 등이 기고문에서 소개한 이런 세계적인 동향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환경부와 환경단체 사이에 논란만 거세지고 있다.
환경단체에서는 개선된 효소결합면역흡착분석법(ELISA법)을 사용한 결과, 영남지역 수돗물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고, 농작물은 물론 공기 중에서도 독소가 검출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수돗물에서 측정된 수치가 0.3ppb 미만이라서 '불검출'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시민단체의 활동 자체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느슨한 WHO의 먹는 물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고, 녹조 예방을 위해 4대강 보 수문을 개방하는 데도 소극적이다.

한편,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은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부와 함께 녹조 독소 위험 정보를 은폐하고 왜곡해 국민 안전을 방치했다"고 환경부를 비판했다.
특히,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수돗물 독소 조사에 나서지 말라고 환경부가 압박했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이 의원은 "환경부의 해명과 달리, 미국 EPA의 모니터링 규정에 따르면 ELISA 방식을 통해 측정한 0.3ppb 미만의 값도 '안전한 음용수 검증 시스템'을 통해 EPA에 보고돼 관리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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