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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1㎞ 떨어진 아파트 공기에 남세균 독소…흡입 주민 피해 우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창원시 본포 취수장 앞 낙동강에 발생한 짙은 남세균 녹조. 녹조가 발생했을 때 남세균 세포나 독소가 바람에 날려 에어로졸 형태로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올 수 있다. [낙동강 네트워크]

경남 창원시 본포 취수장 앞 낙동강에 발생한 짙은 남세균 녹조. 녹조가 발생했을 때 남세균 세포나 독소가 바람에 날려 에어로졸 형태로 사람의 호흡기에 들어올 수 있다. [낙동강 네트워크]

녹조가 발생한 낙동강 인근 공기 중에서 간 독성과 생식 독성을 가진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 독소가 다량 검출돼 호흡기를 통해 사람 몸속에 들어왔을 때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낙동강에서 1㎞ 이상 떨어진 부산지역 아파트 단지에서도 독소가 검출돼 부산·대구 등 대도시의 많은 인구가 독소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와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과 부산·대구·경남지역 등 4곳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인근 지역 공기 에어로졸(미세먼지)에서 남세균(남조류) 독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미국 측정치 크게 웃돌아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 발표’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 독소 조사 결과 발표’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해외에서는 에어로졸에서 남세균 독소가 검출되고, 사람의 콧속과 기도, 폐에서도 독소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에어로졸에서 검출된 남세균 독소는 2016년 미국 뉴햄프셔 주에서 분석한 농도를 크게 웃돈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2일 사이 낙동강 주변 14곳에서 물·공기 시료를 채취해 남세균 독소를 분석했다. 창원대 김태형 교수팀이 공기 시료를 채집했고, 부경대 이승준 교수팀과 경북대 신재호 교수팀이 녹조 독소를 분석했다.

7곳의 물 시료를 분석한 결과, 최대 5337 ppb(㎍/L)의 마이크로시스틴(총 마이크로시스틴 농도)이 검출됐다. 최고치는 경남 합천군의 한 저수지에서 측정됐고, 낙동강 화원유원지 부근에서도 366ppb가 검출됐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물놀이 기준인 8ppb를 크게 초과하는 수준이다.

11곳에서 채집한 공기 시료 중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당 0.1~6.8 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의 범위로 검출됐다. 가장 많이 검출된 곳은 경남 김해시 대동 선착장이었고, 창원시 본포 생태공원에서도 4.69 ng/㎥가 검출됐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번에 공기 중에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미국 뉴햄프셔 주 등에서 측정한 값과 비교하면 아주 높은 값"이라고 강조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교수·대한하천학회장이 2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녹조) 독소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박창근 가톨릭관동대교수·대한하천학회장이 2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낙동강 주변 공기 중 남세균(녹조) 독소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2015년 미국 뉴햄프셔 주 강 주변 공기에서는 0.013~0.384 ng/㎥가,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호수 주변 공기에서는 평균 0.052 ng/㎥(최대 3ng/㎥), 2007년 미국 미시간 주 호수 주변 공기에서는 0.02~0.08 ng/㎥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뇌 질환 유발 BMAA도 검출돼

지난달 12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바닷물이 초록빛을 띄고 있다. 낙동강에서 떠내려온 녹조로 인해 다대포 해수욕장 입수가 5년 만에 금지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오후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바닷물이 초록빛을 띄고 있다. 낙동강에서 떠내려온 녹조로 인해 다대포 해수욕장 입수가 5년 만에 금지됐다. 연합뉴스

이번 조사에서는 낙동강 본류에서 1.17㎞ 떨어진 부산 모 아파트 단지 옥상에서 채집한 공기에서도 1.88ng/㎥ 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 독소 검출됐다.

남세균 독소는 안정적인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잘 분해되지 않고, 공기를 통해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남세균 독소인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은 대동 선착장 옆 유람선 선착장 1곳 시료만 분석했는데, 물에서는 8ppb가 검출됐고, 공기 중에서는 16.1 ng/㎥가 검출됐다.
BMAA는 마이크로시스틴보다 분자 구조가 간단해 공기 중으로 더 많이 날아 나오는 것으로 추정됐다.
BMAA는 환경운동연합이 지난달 12일 녹조가 덮친 다대포해수욕장의 바닷물 시료를 분석했을 때도 1.116ppb가 검출된 바 있다. BMAA는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운동연합은 "남세균 독소 에어로졸이 강에서부터 2㎞ 거리까지 확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측정 지점 주변에 초·중·고교와 아파트 단지, 대중교통 시설이 있어 위험 범위에 포함된다"며 "낙동강을 끼고 있는 대구와 부산 등 인구 밀집 지역은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의 피해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간·신경·생식 독성 물질

마이크로시스틴 구조

마이크로시스틴 구조

남세균 독소는 간 독성과 신경독성, 생식 독성, 뇌 질환 유발 등 다양한 독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제 암연구소(IARC)는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남세균 독소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틴-LR를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한편, 우원식·노웅래·이수진·양이원영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50여 명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낙동강 보 수문 개방과 자연성 회복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도 시급히 해야 한다"며 "정부는 녹조 문제 전체를 해결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민간단체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위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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