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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가스관 누출 사고는 국제테러 행위"…'미국 배후설' 주장

중앙일보

입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누출 사고에 대해 ‘국제적 테러’라고 규정했다. 러시아는 ‘미국 배후설’을 거듭 주장하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노르트스트림의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 "국제적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노르트스트림의 가스 누출 사고에 대해 "국제적 테러 행위"라고 비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에(터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노르트스트림 1·2 가스관의 누출 사고에 대해 “이처럼 전례없는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는 국제적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앞서 크렘린궁과 러시아 외무부도 이번 사건의 배후를 미국으로 지목하며 “테러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국가 차원의 테러 행위로 보인다”며 “어떤 국가의 개입 없이 이런 테러가 일어났다고는 상상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9일 “이번 사건으로 누가 이익을 보게 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노르트스트림이 사용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액화천연가스(LNG) 판매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노르트스트림2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거론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바 있다.

지난 26~27일 스웨덴과 덴마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나는 노르트스트림 1·2에서 폭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가스 누출 사고 3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가스관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AG는 “동시에 가스관 3개가 망가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29일 스웨덴 언론은 자국 해안경비대를 인용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서 4번째 누출 위치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29일(현지시간) 스웨덴 해안경비대가 노르트스트림2에서 발생한 4번째 가스 유출을 발견했다. AF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스웨덴 해안경비대가 노르트스트림2에서 발생한 4번째 가스 유출을 발견했다. AFP=연합뉴스

백악관은 노르트스트림의 손상이 미국의 책임이란 러시아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가스관 공격 또는 파손에 대해 현재 많은 추측이 있지만,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명확한 근거 없이 사건의 배후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날 CNN은 유럽 안보 관계자 2명과 서방 정보기관 관계자 2명의 발언을 인용해 노르트스트림 사고 당시 발트해 인근 해저 구간에서 러시아 해군 함선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당시 사고 지역 인근에서 러시아 잠수함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덴마크 군 관계자는 “러시아 선박이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것은 일상적”이라고 했지만 CNN은 “이 목격담은 고의적으로 가스관을 손상시킬 능력과 동기를 가진 유일한 국가(러시아)에 대한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CNN의 주장에 대해 “어리석고 터무니없다”며 공식 부인했다.

러시아에서 독일을 거쳐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전달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 AFP=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독일을 거쳐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전달하는 노르트스트림 가스 파이프라인. AFP=연합뉴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지난 27일 종료된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에서의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또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흑해 항로 안전보장 합의 이행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긴장 완화가 필요하며, 평화 협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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