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합수술뒤 민정계 울화병/민자 사조직 해체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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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독주로 TK분열… 구심점 흔들/YS 대권포석에 경선제로 활로 모색
반김영삼과 내각제 추진이라는 명분 아래 엉성하게 뭉쳐있던 민정계는 김 대표가 6일 청와대회동 합의를 근거로 당기강 확립과 사조직 해체를 내세워 민정계를 압박하는 기색을 보이자 구체적인 대응책을 어떻게 세워야할지 가닥을 못잡고 있는 상태다.
그런 가운데 민정계는 박철언 의원의 월계수회를 외면하면서도 김 대표의 사조직 정비가 대권포석의 첫 출발이라고 보고 그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내각제 좌절 이후 민정계의 대안은 다음 대통령 후보를 당내 자유경쟁선거에 의해 선출한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의 신뢰회복을 「대통령 후보 지명」으로 연결시켜 해석하려는 김 대표의 의도를 꺾자는 것이다.
민정계가 파악하는 김 대표의 대권전략은 양김의 구조로 정국을 계속 긴장상태로 끌어가 ▲여권의 전력을 대야 대결에 소진시키고 ▲대체인물이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며 ▲당대표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당을 장악해나간다는 것으로 읽고 있다.
이런 김 대표의 대권구도는 끊임없는 정국파행을 야기하고 92년말 양김의 대결사태는 지역갈등 증폭과 엄청난 후유증을 가져올 것으로 민정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종찬 의원은 『양김의 대결구도가 정치선진화를 막고 있으며 지역감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양김 경쟁의 역기능을 지적하고 있다.
이한동 의원은 『양김이 다음 선거에 재대결하면 정치생애의 마지막이라고 생사를 건 싸움이 될 것이며,지역감정 양상은 최악의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양김 대결 배제론에는 민정계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양김의 극복은 세대교체론으로 연결돼 있다. 3김 퇴진에 대한 여론이 높아가고 있는데 민정계는 고무돼 있다. 그러나 막상 3김퇴진론을 무기로 활용하는 방법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이런 흐름의 선두에 섰던 이종찬 의원은 『세대교체론,40대 기수론 등은 양김씨가 이미 써먹고 자칫 대권욕심이란 오해를 받게된다』며 세대교체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민정계는 양김 배제의 뚜렷한 명분과 논거를 찾아내는 데 고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경선과 양김 구조의 극복에는 현실적인 여러 난관이 놓여 있다.
우선 당내 구심점이 뚜렷치 않다는 점이다. 각서파문 과정에서 박 최고위원이 그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했지만 그의 정치적 역량은 아직까지 충분한 인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계파 중간관리자로서 박 최고위원의 위치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인정치 않는 듯하며 김윤환 총무 등 다른 중진의원들의 역할도 나름대로 평가하고 있다.
박 최고위원,김 총무 및 3이씨(이춘구ㆍ이종찬ㆍ이한동) 등 서울ㆍ중부권 세력 사이의 틈새 때문에 민정계의 접착력에는 짜임새가 없다.
민정계의 가장 큰 문제는 박철언 의원이 이끄는 월계수회의 독주로 빚어진 TK세력의 분열과 당내 보수ㆍ온건파간의 대립이다.
박 의원은 청와대를 배경으로 권세를 휘두르던 시절 방자한 태도와 독단으로 다른 민정계 세력 거의 전부로부터 외면을 받아왔고 특히 당내 최대세력인 TK세력을 분열시켰다.
정호용 의원 제거 때의 이른바 지지서명파는 박 의원 쪽과는 완전히 등을 돌리고 있고 박 의원으로부터 노골적인 푸대접을 받았던 김윤환 총무 쪽도 내부적으로 반 박 감정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계수회측은 청와대의 비호를 은근히 풍기면서 「조만간 롤백」을 흘리고 있어 민정계를 더욱 당혹시키고 있다.
성향으로 민정계의 중심은 보수적 군출신과 TK중심으로 짜여 있다. 이들은 김 대표와 민주계의 야당성에 눈살을 찌푸리지만 온건ㆍ민주 노선 쪽에도 선뜻 기울 수가 없다. 때문에 정치의 질을 높이자는 이종찬ㆍ남재희ㆍ오유방 의원 등 이른바 개혁파의 주장이 공감의 폭을 넓혀가기 힘든 데다 이들이 SK(서울ㆍ경기) 세력이라는 데서 TK 쪽과 연대가 쉽지 않은 것이다.
김 대표는 민정계의 이런 약점을 노리고 있다. 그가 이미 친김 대표로 기운 것으로 소문난 군 출신의 정순덕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기용한 것도 한편으로 그에게 가장 강한 비판세력이 될 수 있는 온건노선 쪽을 견제하면서 민자당내의 영남세력의 집결과 군 출신의 동조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김 대표측은 오히려 내각제 포기를 전제로 대권경영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특히 민정계를 집중 잠식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민정계가 하나의 계파로서 민주계의 공세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인지는 속단키 어렵다.
노 대통령도 집권 막판에 이 까다로운 암투에 개입하려 할지가 의문이다.
다만 YS(김영삼)­DJ(김대중) 재대결이 정치를 파국으로 이끌지 모른다는 논리에 대한 공감과 민정ㆍ공화계의 체질적인 반야당성이 소극적인 민정ㆍ공화계 연대의 고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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