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서 위조” vs “사실무근”…태양광에 쪼개진 농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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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손손 이웃끼리 사이좋게 지내던 전북 부안군의 한 농촌 마을이 최근 쑥대밭이 됐다.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한 주민이 주민 동의서를 위조해 허가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다.

19일 부안경찰서에 따르면 A씨(49) 등 3명은 지난 5월 사문서위조·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같은 마을 주민 B씨(64)를 고소했다. A씨 등은 “B씨가 태양광 업체에 매수돼 마을 주민 몰래 주민 동의서를 꾸며 업체에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업체가 위조된 동의서를 개발 행위 허가 신청서에 첨부해 부안군에 제출했고, 담당 공무원이 주민 동의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 태양광 발전시설 설립 허가를 내줬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부안군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전문 업체 대표 C씨 등 5명은 2019년 6월 ‘부안 ○○마을 토지(6235㎡)에 약 400kW급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겠다’며 부안군에 신청서를 냈다. 부안군은 같은 해 9월 사업을 허가했고, 업체는 지난해 11월 착공해 지난 7월 발전시설을 완공했다.

A씨는 “주민들은 업체 측이 부안군에 낸 동의서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며 “주민 반대가 크자 B씨가 주민 일부에게 찾아가 현금 500만 원을 보여주며 ‘공사에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거절당한 적도 있다. 어른들은 ‘B씨가 돈을 받고 마을을 팔아먹었다’고 원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 측은 “동의서는 위조하지 않았고, 허가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또 “주민들에게 현금을 보여주며 동의를 요구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업체 대표 C씨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허가를 받은 공사인데, 주민들이 트랙터 등으로 진입로를 막아 공사를 방해해 손해를 봤다”고 했다. 업체 측은 지난 4월 업무방해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지난달 A씨를 약식기소했다.

앞서 주민들은 지난 3월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냈다. 부안군은 “해당 부지는 2018년 10월 개정된 ‘부안군 군계획 조례’에 따라 10가구 이상 주거지에서 100m 이격(離隔)해야 한다”며 “하지만 조사 결과 10가구 미만으로 이격 거리 검토 대상이 아니어서 개발 행위를 허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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