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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40억개 보니…더위·추위 심할수록 증오심 표현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에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이 표시돼 있다. 폭염과 혹한 때에는 증오심을 표현하는 트윗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AP=연합뉴스

스마트폰과 컴퓨터 화면에 트위터 애플리케이션이 표시돼 있다. 폭염과 혹한 때에는 증오심을 표현하는 트윗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AP=연합뉴스

선선한 가을 날씨와 달리 폭염의 여름이나 혹한의 겨울에는 생활하기 불편합니다.
폭염이나 혹한 같은 극단적인 기온에서는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에 폭력과 공격성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폭염 때 불쾌지수가 상승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이 시대에 이런 극단적인 날씨로 인한 폭력성은 온라인상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위나 추위가 심할수록 인터넷이나 사회 관계망 시스템(SNS)에도 증오심을 담은 표현들이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독일 기후영향연구소와 미국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은 최근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 Health)' 저널에 "극한의 고온에서 트윗의 증오심 표현이 최대 22% 증가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트윗 2% 증오심 표현 담아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폭염 동안 공공 수영장에서 시민들이 수영하고 있다. 폭염이 심하면 트위터에는 증오심을 표현하는 트윗이 증가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폭염 동안 공공 수영장에서 시민들이 수영하고 있다. 폭염이 심하면 트위터에는 증오심을 표현하는 트윗이 증가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연구팀은 2014년 5월부터 2020년 5월 사이 미국에서 올라온 트윗을 분석했습니다. 연구를 위해 트윗 가운데 지리적 위치가 지정된 것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미국 전역에 걸친 인구 5만 명 이상의 773개 도시에서 보낸 트윗을 약 40억 개 골라냈습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의 기계학습 방식을 활용해 트윗 가운데 증오심 표현이 있는지를 분석, 전체 트윗의 2%에 해당하는 7500만 개를 증오 트윗으로 식별했습니다.

연구팀은 증오심 표현과 지역별 일(日) 최고기온을 연결했습니다. 지역별 일 최고기온은 유럽 중기 기상예보센터(ECMWF)의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일 최고기온은 영하 30℃에서 영상 55℃ 사이를 3℃ 단위로 나눠 분석했습니다.

15~18℃에서 증오 트윗 가장 적어

기온에 따른 증오심 표현 트윗의 변화.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기온에 따른 증오심 표현 트윗의 변화. [자료: Lancet Planet Health, 2022]

분석 결과, 일 최고기온 기준으로 영상 12~21℃에서 증오 표현 비율 가장 낮았고, 이보다 더 높거나 더 낮은 온도에서는 증오 트윗 수가 현저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영상 15~18℃에서는 증오 트윗이 가장 적었습니다. 영상 27℃보다 높거나 영상 6℃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영하 6~영하 3℃의 혹한에서는 증오 표현이 최대 12.5% 증가했고, 영상 42~45℃의 극한 고온에서도 증오 표현이 최대 22% 증가했습니다.
연구팀은 "더워지거나 추워지면 전체 트윗 유통량 자체가 증가하는데, 전체 트윗 가운데 증오 트윗의 비중은 춥거나 더울 때 더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기후대 달라도 기온 영향은 뚜렷

겨울 폭풍이 닥쳤던 지난 2월 4일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한 남자가 인도를 청소하기 위해 제설기를 사용하고 있다. 혹한에서도 증오심을 표현하는 트윗이 급증한다. AFP=연합뉴스

겨울 폭풍이 닥쳤던 지난 2월 4일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한 남자가 인도를 청소하기 위해 제설기를 사용하고 있다. 혹한에서도 증오심을 표현하는 트윗이 급증한다. AFP=연합뉴스

기후대가 달라지면 증오 트윗이 늘어나는 온도 범위가 조금씩 이동은 하였지만, 기온이 증오 표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기본적인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덥고 습한 기후대에서는 낮은 온도인 영상 6~9℃에서 증오 표현이 10.5% 늘어났고, 더운 온도인 36~39℃에서 15% 늘어났습니다. 덥고 건조한 기후대에서는 낮은 온도 0~3℃에서 10%, 더운 온도인 42~45℃에서 24% 증가했습니다.

연구팀은 "모든 기후대에서 증오 트윗이 가장 낮은 온도 구간은 그 지역의 평균 기온과 일치하는 것을 관찰했다"며 "증오 트윗의 증가는 익숙한 온도에서 얼마나 벗어났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평균 기온과는 무관하게 영상 30℃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는 증오 트윗이 최소 7% 증가했고, 이는 높은 온도에 적응하는 데 잠재적인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습니다.

기온의 영향은 도시별 소득 수준이나 종교(가톨릭 또는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인구 비율), 정치적 성향(민주당-공화당 투표 결과) 등과 무관하게 나타났습니다.

"기후변화가 정신 건강에 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피드가 표시된 컴퓨터 화면(2019년 6월 27일 파일 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때때로 또 다른 증오심 표현과 폭력적인 발언이 쏟아지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피드가 표시된 컴퓨터 화면(2019년 6월 27일 파일 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때때로 또 다른 증오심 표현과 폭력적인 발언이 쏟아지게 만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사람의 증오심 표현이 기온에 영향을 받는 것은 극한 온도에 적응하는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 대도시의 경우 21세기 말에는 폭염에 노출되는 인구가 21세기 초보다 12~30배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있는 것처럼 기후변화가 지속하면 폭염·한파 등 이상기후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고, 온라인에서 표현되는 증오도 더욱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증오심의 표현은 온라인 공간에서 불안과 우울증, 자해 등을 고조시킨다"며 "기후변화가 사람의 공격성과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내 생활 증가 때문일 수도"

시민들로 붐비는 서울의 한 식당. 환기가 잘 안 된 실내공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할 수 있어 강한 거리 두기를 실행하기도 했다. 뉴스1

시민들로 붐비는 서울의 한 식당. 환기가 잘 안 된 실내공기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할 수 있어 강한 거리 두기를 실행하기도 했다. 뉴스1

한편, 연구팀은 기온과 증오심 표현을 곧바로 연결했을 뿐. 사람의 행동이나 습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연구팀도 논문에서 "하루 최대 온도는 주거용 난방이나 냉방으로 인해 트윗 사용자가 경험하는 온도와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이런 한계를 내비쳤습니다.

이번 연구와 비슷한 주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2020년 7월 미국 일리노이대학 기계공학과 명예교수인 타이 뉴웰은 특이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사례를 보면 기온이 10℃ 이하일 때와 21℃ 이상일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쌀쌀하거나, 더울 때 사람들은 외출하지 않고 실내에 머무는데, 이때 환기가 잘 안 되면 코로나 19가 퍼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온이 10~21℃일 때는 야외 활동도 많아지고, 실내에서도 창문을 자주 열어 맑은 공기를 접하게 돼 코로나 19가 준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어쩐지 비슷하지 않나요?
폭염이나 혹한 같은 극단적인 기온은 도시 사람들을 더욱 실내에서 생활하도록 만들고, 자연을 접하지 못하는 상황 탓에, 사람들끼리 자주 충돌하면서 증오심 표현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밝히지 않았지만, 증오심을 내뱉는 마음의 병도 어쩌면 맑은 공기와 푸른 숲, 파란 하늘을 자주 접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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