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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라면서 왜 이렇게 추울까...온난화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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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된 한파로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 일대 한강이 꽁꽁 얼어붙었다. [연합뉴스]

연일 계속된 한파로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 일대 한강이 꽁꽁 얼어붙었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시작된 올겨울 최강 한파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최저기온은 지난 28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아침 영하 10도를 밑돌았고, 한낮에도 영하의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혹한을 겪으면서 일부에서는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는 온난화가 문제라는데, 이번처럼 겨울이 더 추워지는 이유는 뭘까"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중앙일보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답을 찾아봤다.

올겨울 추위는…7년 만의 강추위

28일 오전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이 얼어 있다. 28일 다소 누그러졌던 강추위가 29일과 30일 다시 기승을 부려 서울 아침 기온 영하 12도까지 떨어지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뉴시스]

28일 오전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이 얼어 있다. 28일 다소 누그러졌던 강추위가 29일과 30일 다시 기승을 부려 서울 아침 기온 영하 12도까지 떨어지겠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뉴시스]

1월은 연중 가장 추운 달이다. 올 1월 서울의 일(日) 최저기온 평균은 영하 7.3도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1~28일은 실제 기상청의 기온 관측값을, 29~31일은 기상청 예보 값을 토대로 중앙일보 취재팀이 1월 전체를 계산한 수치다.
이 같은 기온은 2011년 서울의 1월 최저기온 평균치가 영하 10.5도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기온이다. 이번 겨울 추위는 7년 만의 강추위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추위는 1960년대나 1980년대 기록과 비교하면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과거 1963년 1월에는 서울의 최저기온 평균이 영하 13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10년 단위로 보면 1960~69년에는 1월 최저기온 평균이 영하 8.1도였다. 또 70~79년에는 영하 5.9도, 80~89년에는 영하 7.4도, 90~99년 영하 5.4도, 2000~2009년 영하 5도, 2010~2018년 영하 6.8도였다.

[그래픽=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 강찬수 기자]

[그래픽=기상청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 강찬수 기자]

이를 보면 전반적으로 기온이 올라가는 추세를 보였지만, 80년대와 2010년대에는 추세와 반대로 최저기온이 오히려 낮아졌다.
최근 들어 겨울이 다시 추워진 것은 사실인 셈이다.

1월 추위, 북극진동 지수 영향받아

울산에 한파주의보가 나흘째 이어진 26일 동구 주전해안의 갯바위에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바닷물이 얼어붙어 있다. [연합뉴스]

울산에 한파주의보가 나흘째 이어진 26일 동구 주전해안의 갯바위에 마치 눈이 쌓인 것처럼 바닷물이 얼어붙어 있다. [연합뉴스]

연도별 서울의 1월 최저기온 평균값은 북극진동(AO, Arctic Oscillation) 지수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서 제공하는 1960년 이후 연도별 1월의 북극진동 지수 평균값과 기상청의 1월 서울의 최저기온 평균값을 비교한 결과, 1월의 AO 지수가 음수(-)일 때는 1월 최저기온이 낮아지고, 지수가 양수(+)일 때는 최저기온이 올라갔다.

*그래픽=강찬수 기자

*그래픽=강찬수 기자

2018년 1월 북극진동 지수. 1월 1~26일의 북극진동 지수 평균값은 -0.3으로 나온다.

2018년 1월 북극진동 지수. 1월 1~26일의 북극진동 지수 평균값은 -0.3으로 나온다.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 사이의 기압 차이가 주기적으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을 나타낸다는 것은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었음을 의미한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북극 고기압이 약해지고,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기압 차이가 줄어든다. 온도 차이나 기압 차이가 줄어들면 북극 주변을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자료=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자료=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이 제트 기류를 한랭와 혹은 극와류(polar vortex)라고 부르는데, 극지방의 추운 공기를 가둬두는 역할을 한다. 제트기류가 동서로 빠르게 흐르지 못하고, 약해지면 원을 그리지 못하고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게 된다. 남북으로 출렁거린다는 얘기다.
극지연구소 김백민 박사는 "10년 단위로 끊어서 볼 때 북극진동 지수와 1월 최저기온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시기도 있고, 낮은 시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상관관계가 높다"며 "북극진동 지수가 음수일 때 북극 한기가 내려오면서 한반도의 겨울이 추워진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라는데 왜 추운가

당초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인 이산화탄소(CO2)가 증가하면 북극과 적도 지방의 기온 차이가 벌어지고, 북극진동 지수는 강한 양의 값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북극진동 지수가 양의 값을 보이면 북극 찬 공기가 내려오지 않아 중위도 지방의 겨울은 갈수록 따뜻해질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북극진동 지수는 음의 값을 보이고,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겨울 추위가 오히려 심해진 것이다.

김백민 박사는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북극의 기온이 너무 빨리 상승했고, 북극 지방이 온난화에 반응하는 방식이 헝클어졌다"며 "하지만 북극 기온이 상승한 탓에 찬 공기가 쏟아져 내려와도 과거만큼 차갑지는 않다"고 말했다.

부경대 오재호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도 "과거에는 북극과 중위도 지방 사이의 온도 차이가 컸고, 제트기류가 한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았다"며 "최근 중위도 지방 겨울이 추워진 것은 북극 기온이 15~20도까지 상승하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진 탓인데, 찬 공기를 가둬두는 '창고(倉庫)의 담벼락'이 무너진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8일(현지시각) "2017년은 지구 평균기온이 2016년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았던 해이고, 만약 2016년처럼 엘니뇨(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가 있었다면 역대 가장 높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NOAA는 지난해 연평균 남극 바다 얼음 면적이 662만㎢로 1979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작았고, 북극 바다 얼음 면적은 646㎢로, 1979년 이래 2번째로 작았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상승하는 기온과 녹아내리는 극지방 얼음은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뚜렷한 증거다.
결국 지구 온난화 속에서도 겨울이 추워지는 것, 그게 바로 '온난화의 역설(paradox)'인 셈이다.

울산에 한파주의보가 나흘째 이어진 26일 동구 주전해안길의 난간에 바닷물이 얼어붙어 고드름이 되어 있다. [연합뉴스]

울산에 한파주의보가 나흘째 이어진 26일 동구 주전해안길의 난간에 바닷물이 얼어붙어 고드름이 되어 있다. [연합뉴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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