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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기온 1도 오르면, 심혈관 질환 사망률 2% 상승…막을 방법은

중앙일보

입력

서울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나무 그늘에서 휴식하는 관람객들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온도가 높은 부분은 붉게, 낮은 부분은 푸르게 나타난다. 연합뉴스

서울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은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나무 그늘에서 휴식하는 관람객들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 온도가 높은 부분은 붉게, 낮은 부분은 푸르게 나타난다. 연합뉴스

최근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온열 질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사망자도 발생하고 있다.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우려가 있는 고혈압 환자와 고령자 등은 폭염이 계속될 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률이 2.1%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애들레이드대학 공중보건대학원과 시드니대학 시드니 공중보건대학원 등 호주 연구팀은 지난달 '랜싯 지구 보건(Lancet Planet Health)'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여름철에 최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률은 2.1%, 심혈관 질환 관련 이환율(발병률)은 0.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논문 266편에 담긴 폭염 영향 재분석

3일 서울의 대형마트 앞 전광판에 낮기온이 36도를 가리키고 있다.   기상청은 폭염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 것은 작년보다 18일 빠르다고 밝혔다. 뉴스1

3일 서울의 대형마트 앞 전광판에 낮기온이 36도를 가리키고 있다. 기상청은 폭염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 것은 작년보다 18일 빠르다고 밝혔다. 뉴스1

연구팀은 1990년 1월 1일부터 2022년 3월 10일 사이 전 세계에서 발표된 관련 학술논문을 검색, 266편을 선정해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열대·온대 등 전 세계의 다양한 기후대에서 진행된 폭염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두루 포함하고 있다. 메타분석은 개별 연구의 결과를 수집하여 통계적으로 재분석, 종합적인 결론을 내는 연구 방법이다.

연구팀이 상대 위험도(relative risk)를 분석한 결과, 최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률이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망과 관련된 가장 흔한 질병은 뇌졸중과 관상동맥 심장병이었다. 1도 상승할 때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은 3.8%, 관상동맥 심장질환 사망률은 2.8% 증가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병을 말한다. 관상동맥 심장병은 관상 동맥이 좁아져서 생기는 심장병으로 심근 국소 빈혈 또는 심근 경색을 일으킨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심혈관 질환 이환율이 0.5% 증가했는데, 부정맥 및 심정지 이환율은 1.6% 늘어났다. 병원 밖 심정지는 2.1% 늘어났다.

폭염 강도 심할 때 더 위험

전국에 때 이른 폭염이 지속되는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가득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 앞으로 한 시민이 휴대용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전국에 때 이른 폭염이 지속되는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가득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 앞으로 한 시민이 휴대용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연구팀은 최고 기온이 높은 순서로 상위 10% 이내인 폭염(Heatwave) 상황만 따로 구분해 분석했는데, 폭염 기간 심혈관 질환 관련 사망률은 11.7% 증가했고, 폭염 강도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증가했다.

특히, 64세 이하 그룹의 경우 심혈관 관련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5.7% 증가한 데 비해, 65세 이상은 14.7%나 증가했다. 폭염 중에서도 고강도 폭염(최고기온 상위 3% 이내)에서는 65세 이상은 사망 위험이 23.3%나 늘었다.
65세 이상의 경우 고강도 폭염 때 심혈관 질환 이환율도 12.6%나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고온 노출 등으로 신체로 들어오는 열이 나가는 열을 초과하게 되면 심혈관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땀을 내는 것과 피부 혈류 증가는 수분 손실과 탈수를 유발하고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혈액 성분 농도가 증가하고 혈액 점도도 높아진다.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증가하면 혈전 색전증(혈관이 핏덩어리로 막힘)을 유발하고,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심장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열 스트레스는 고혈압, 심장 박동 장애, 허혈성 심장 질환과 같은 심혈관 기능의 장애 위험을 증가시킨다. 열로 인한 심박 수 증가와 심장 수축은 심근 산소 소비를 증가시켜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자가 훨씬 더 위험

폭염이 계속된 3일 서울의 한 쪽방촌에서 상의를 탈의한 어르신이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방에 홀로 누워 있다. 뉴스1

폭염이 계속된 3일 서울의 한 쪽방촌에서 상의를 탈의한 어르신이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방에 홀로 누워 있다. 뉴스1

연구팀은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일반적으로 심혈관 기능이 약해지고, 열에 대한 생리학적 내성이 낮고, 고혈압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거나 관련 약물 사용 비율이 높기 때문에 고온에 노출됐을 때 심혈관 질환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온 노출로 인한 심혈관 질환 관련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65세 이상 고령자 등 가장 취약한 그룹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체 건강에 해로운 임계값을 설정, 그 이상에서는 작업을 금지하는 등의 조처가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온 상승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만큼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 배출 제로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 조치가 이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너무 더우면 에어컨 있는 곳으로

광주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4일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무더위쉼터에서 북구청 노인복지과 직원들이 선풍기 등 냉방기구 점검과 쿨스카프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에 폭염 경보가 발효된 4일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무더위쉼터에서 북구청 노인복지과 직원들이 선풍기 등 냉방기구 점검과 쿨스카프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외 전문가들은 폭염 상황에서 건강을 지키는 다양한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방법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선풍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실내 기온이 37도 이상 오르면 선풍기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샤워나 목욕을 하거나 에어컨이 설치된 무더위 쉼터나 쇼핑몰 등으로 이동해야 한다.
▶한낮 야외 활동은 피한다. 야외 활동은 아침과 저녁 시원한 시간에만 하고, 그늘진 곳에서 자주 쉰다.
▶건설 현장 등 실외 작업장에서는 취약시간인 오후 2~5시 '무더위 휴식 시간제'를 실시한다.
▶불가피하게 야외 활동을 해야 한다면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얼음을 깨서 젖은 수건으로 감싼 다음 목에 두르는 것도 좋다. 티셔츠를 물에 적신 다음 입으면 체온 상승을 줄여준다.
▶수분을 많이 섭취한다. 땀을 많이 흘렸으면 스포츠음료로 염분과 미네랄을 보충한다. 당뇨병·고혈압 등이 있는 경우 스포츠음료를 마시기 전에 의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차가운 음료는 마음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지만, 땀이 나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체온 조절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자동차 창문이 열려 있더라도 주차된 차 안에 어린이나 반려동물을 두지 않는다.
▶야외 활동 중에 땀을 많이 흘리고 맥박이 빨라지고, 피로감과 근육 경련, 메스꺼움과 구토 등 일사병 증상이 나타나면 그늘이나 에어컨 등이 있는 공간으로 이동해 알코올이 없는 음료를 마시고 휴식을 취한다.

▶야외 활동이 아니더라도 폭염 속에서 더운 실내에 오래 지내면 열사병 증상을 보일 수 있다. 혼란·초조함을 보이고, 걷거나 말하는 데 곤란을 겪거나, 메스꺼움과 현기증을 보이는 등 열사병의 증상이 나타나면 에어컨이 있는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꽉 조이는 옷은 느슨하게 풀고, 차가운 물에 적신 수건을 몸에 대거나 찬물을 몸에 뿌려 체온을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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