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아시아 전역이 폭염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또 태평양 등의 작은 섬나라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홍수 빈도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전망은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2 실무그룹(Working Group ll)에서 내놓은 것이다. IPCC는 올 하반기 중에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AR6)의 종합보고서를 완성할 예정인데, 제2실무 그룹은 '기후변화 영향, 적응, 취약성' 부분 보고서를 맡고 있으며, 지난달 28일 36쪽의 정책 입안자를 위한 요약본을 공개했다.
제2 실무그룹은 이 요약본과는 별도로 대륙별 기후변화의 영향과 위험, 적응 현황 등을 담은 자료를 짧은 설명서(fact sheet)형태로 함께 배포했다.
아시아 몬순지역 홍수 위협 증가
설명서의 아시아 부분에서 IPCC는 "기온 상승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폭염의 위협이 증가하고, 서·중앙·남·아시아의 건조·반(半)건조 지역에서는 가뭄이,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몬순 지역에서는 홍수의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지구온난화로 파키스탄 힌두쿠시와 히말라야 산맥에서는 빙하가 더 많이 녹아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2050년이 되면 범 북극권의 인간 기반시설 중 69%가 위험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아시아 전역에서는 기상 재해가 늘어나고, 기후변화로 인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2019년 방글라데시·중국·인도·필리핀에서 각각 40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서는 사이클론, 홍수, 태풍만으로도 2019년에 96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이는 전체 전 세계 이재민의 거의 30%에 해당한다.
아시아 많은 지역에서는 생물 다양성과 서식지 훼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특히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산호초와 갯벌 습지, 해초 자생지 등 해양·해안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볼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영양실조가 증가하고, 곤충 매개체에 의한 질병이나 미생물에 의한 수인성 질병, 정신 장애와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아시아 지역에서는 가뭄이 5~20% 증가하면서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중앙아시아의 큰 강인 아무르다르야(Amu Darya)와 인더스·갠지스 강 등 국제 접경 강 유역에서는 심각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섬나라들 해수면 상승 위험에 직면
태평양·인도양 등지의 작은 섬나라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 폭풍 해일, 가뭄, 강수 패턴 변화, 해수면 상승, 산호 백화현상 등 영향을 점점 더 많이 받게 될 전망이다. 1994~2014년과 비교해서 2050년에는 해수면이 18~24㎝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최악의 경우 15~40㎝ 상승할 수도 있다.
이처럼 해수면이 상승하면 인도양과 열대 태평양의 대부분 섬나라에서 홍수 빈도가 두 배로 증가하게 된다. 이에 비해 카리브 해와 남부 열대 태평양에서는 열대성 저기압이 홍수의 주요 원인이 될 전망이다.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지 않는 미래 기후 시나리오 하에서는 2040년 이전에 일부 작은 섬에서 매년 심각한 산호 백화현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산호초 생성 산호의 70~90%가 손실을 보게 되고, 2도 이상 오르면 산호의 99%가 손실을 볼 전망이다.
아프리카는 식량 부족 우려
아프리카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성 향상이 줄어들고 있다. 온난화는 물 부족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아프리카의 식량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인데,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면 아프리카 대부분 지역에서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들게 된다.
2030년까지 1억800만~1억1600만 명이 아프리카의 해수면 상승 위험에 노출되고, 이 숫자는 2060년에는 1억9000만~2억45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프리카 도시에서 42도 이상의 폭염에 연간 15일 이상 노출되는 민감 인구(5세 미만 또는 64세 이상)가 2010년 약 2700만 명이었는데, 2100년 지구 기온이 1.8도 상승하면 3억 6,000만 명으로, 4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4억40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018년과 2019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기후 관련 이재민이 각각 260만 명과 340만 명 이상 발생했다. 2050년까지 지구 기온이 1.7도 상승하면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1700만~4000만 명의 이주민이 발생하고, 2.5도 상승에서는 5,600만~8,6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IPCC 보고서는 "아프리카는 온실가스를 가장 적게 배출했지만, 이미 생물 다양성 손실과 물 부족, 식량 생산 감소, 인명 손실, 경제 성장 감소 등 인위적 기후 변화로 인한 광범위한 손실과 피해를 경험했다"며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한다면 아프리카의 경제·농업·인간건강·생태계 등의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3도 오르면 유럽 폭염 노출 인구 급증
유럽의 경우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할 때에 비해서 기온이 3도까지 상승하면 더위 스트레스 위험에 처한 사람들과 사망자 수가 2~3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3도 이상 상승하면 인체는 물론 기존 의료 시스템의 적응 잠재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기온이 상승하면 화재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돼 생물 다양성과 탄소 흡수원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한다.
북미 지역에서는 가뭄이 심해지고 눈이 빨리 녹아내려 유출되면서 정작 여름 물 수요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는 관개 농업이 많은 지역에서는 물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대규모 산불은 점점 더 생명·생계와 정신적·육체적 건강, 재산, 주요 기반 시설, 경제 활동을 위험에 빠뜨리고, 대기오염과 수질오염으로 인간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
IPCC 제2 실무그룹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 상승이 1.5도를 초과한다면 기후 회복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점점 더 제한된다"며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에 대한 지구 차원의 조치가 더 지연되면 살기 좋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