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코로나와 기후재앙 피하려면 ‘CO₂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강찬수
강찬수 기자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지난해 12월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적으로 3000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만300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환기 잘 안 되면 코로나19 확산 #실내 CO2 800ppm으로 낮춰야 #재앙 막으려면 CO₂ 감축 필요 #매년 10%씩 줄이는 고통 걱정

많은 학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온도와 습도 같은 기상·환경 요인의 영향을 분석하는 데 매달렸고, 여러 연구에서 겨울철같이 온도나 습도가 낮으면 코로나19 확산이 잘 되는 것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온도와 습도가 높은 여름에도, 열대지역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세등등하다. 논란 끝에 학계에서는 이제 바깥 온도와 습도보다는 각국 정부의 방역 대책이나 빈곤·인종 등 사회 경제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분위기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민들. 환기가 부족하면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뉴스1]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민들. 환기가 부족하면 코로나19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미국 일리노이대학 기계공학과 명예교수인 타이 뉴웰은 특이한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사례를 보면 기온이 섭씨 10도 이하일 때와 21도 이상일 때 코로나19 확산이 잘 된다는 것이다. 쌀쌀하거나, 더울 때 사람들은 외출하지 않고 실내에 머무는데, 이때 환기가 잘 안 되면 코로나19가 퍼진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기온이 10~21도일 때는 야외 활동도 많아지고, 창문도 자주 열어 코로나19가 준다는 주장이다.

섭씨 10~21도는 서울 평년 기온을 기준으로 하면 4월 5일~6월 4일, 9월 18일~11월 8일의 기온이다. 국내에서는 2~3월 대구 신천지 예배와 8~9월 광복절 서울 광화문 집회 등으로 코로나19가 크게 퍼지다 주춤해졌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뉴웰 교수의 주장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때문에 “환기를 충분히 해서 실내 이산화탄소(CO₂) 농도를 800ppm 미만으로 유지해야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다”는 뉴웰 교수의 권고가 귀에 쏙 들어온다. CO₂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의 코와 입에서 나오고, 바이러스를 매번 분석하기 어려운 만큼 200달러(약 23만원) 정도 하는 측정기로 CO₂를 측정해 환기를 조절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

국내 대중 이용시설의 실내 공기 기준에서 CO₂는 1000ppm 이하다. 또, 기계식 환기를 하는 도서관이나 영화상영관·학원·PC방은 1500ppm이 기준이다. CO₂를 800ppm 이하로 유지하려면 일부 시설은 지금보다 환기를 두 배로 늘려야 하는 셈이다. 겨울철 학교 교실에서는 CO₂가 4500ppm까지도 측정되기 때문에 코로나19를 막기 위해서는 겨울철에도 창문을 열어야 할 모양이다.

그렇다면 야외에서는 코로나19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까. 관련 논문들을 분석한 뉴질랜드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대학 연구팀은 “야외 행사 때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실내보다 확실히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이달 초 공개한 논문에서 밝혔다.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야외 행사라도 얼마나 많이 모이느냐, 고령자 등 취약 계층이 참석하느냐, 얼마나 밀착하느냐, 행사가 얼마나 오래 계속되느냐, 참석자들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감염 가능성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 측정 CO2 농도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 측정 CO2 농도

특히, 코로나19 감염자로부터 2m 이내에서 15분 이상 보내거나, 1m 이내에서 대면 접촉을 하거나, 대면 접촉 없이 1분 이상 감염된 사람과 1m 이내에 있는 경우 야외에서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행사 준비·참석을 위한 실내 모임과 단체 식사, 공동 숙박, 차량 공동 이용이 야외행사 자체보다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CO₂는 코로나를 경고하는 물질이지만,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이기도 하다. CO₂는 실내에서만 줄여야 하는 게 아니다.

지난 여름 긴 장마와 태풍을 겪었던 것처럼 기후변화는 재앙이 됐다.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아야 하고, 지구 대기 CO₂ 농도가 430ppm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하고, CO₂ 배출량을 매년 10%씩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로 샌프란스시스코 금문교 일대가 붉게 물들었다. [AP=연합뉴스]

미국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로 샌프란스시스코 금문교 일대가 붉게 물들었다. [AP=연합뉴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지난해 전 지구 CO₂ 평균 농도는 409.8ppm이다. 여유가 20ppm밖에 없다. 기상청이 충남 안면도에서 측정한 지난해 국내 CO₂ 농도는 417.9ppm으로 더 높다.

지난봄 세계 각국은 코로나19로 도시 봉쇄를 했고, CO₂ 배출량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봉쇄가 풀리자 CO₂는 곧바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CO₂ 배출량이 최대 8% 줄고, 지구 대기 CO₂ 농도를 0.32ppm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가 경제 침체로 큰 고통을 겪으며 줄인 게 고작 이 정도라니 절망스럽기도 하다.

CO₂를 줄여야 코로나도 예방하고, 기후재앙도 피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어떻게 줄일 것이냐다.

매년 전년보다 10%씩 CO₂를 줄이는 고통을 겪을 각오, CO₂ 거리두기를 앞으로 30~40년 지속할 각오는 돼 있을까. CO₂를 줄이는 노력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고통은 더 커진다. 코로나 봉쇄로 인류가 겪는 고통에 앞으로 헤쳐나갈 미래가 겹쳐지면서 걱정은 더 깊어진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