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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1400원 시간 문제"...원화값, 13년5개월만에 1384원대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12.5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380원 선 아래로 밀린 것은 2009년 4월 1일(종가 달러당 1379.5원) 이후 13년5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12.5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380원 선 아래로 밀린 것은 2009년 4월 1일(종가 달러당 1379.5원) 이후 13년5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수퍼 달러(강달러)'의 기세에 원화가치가 연일 올해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6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1달러=1384.2원'까지 밀렸다. 원화의 날개 없는 추락에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1400원'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반도체 업황 악화와 상품수지 적자 등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며 원화 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2.5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가 달러당 1380원선 아래로 밀린 것은 2009년 4월 1일(종가 달러당 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개장과 동시에 원화가치는 달러당 1380원대로 미끄러지며, 장중 한때 달러당 1388.4원까지 밀렸다. 지난 5일 달러당 1370원선을 넘어선 지 이틀 만에 1380원대까지 진입한 것이다. 원화가치는 지난달 31일부터 6거래일째 연저점을 경신했다.

원화 약세의 주요한 요인은 달러 강세다. 긴축의 속도를 줄일 기색이 없는 미국의 움직임에 달러화는 나 홀로 질주 중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1973년=100)가 110선을 웃도는 등 달러 강세는 이어지고 있다.

수퍼 달러의 영향은 일파만파다. 원화뿐만 아니라 아시아 주요국 통화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4년 만에 달러당 140엔까지 밀렸던 일본 엔화가치는 이날 오후 4시 50분 기준 달러당 144.07엔까지 하락했다.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이 깨지는 ‘포치(破七)'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국증권망에 따르면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9946위안에 거래됐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 달러는 미국 채권 금리 상승과 동조화(커플링)를 이루며 오름세를 이어갔다”며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금리 인상 지속 발언으로 미국의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원화 약세는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낙폭이다. 주요국 통화가 모두 힘을 잃고 있지만, 최근 2주간 원화 약세가 두드러져서다. 이날 한국은행도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백 연구원은 “지난주 엔비디아의 반도체 중국 수출 제한 등 반도체 시장의 악재가 원화 가치를 더 많이 끌어내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지지선인 '1달러=1400원'도 곧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화가치가 5원, 10원은 가볍게 떨어지고 있는 만큼 '1달러=1400원'은 이달 안에 충분히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화가치 하락을 막을 방법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들의 잇따른 구두개입도 하락 폭을 소폭 되돌리는 데 그쳤을 뿐 원화값 방어에는 사실상 무소용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시장의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면 안정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원화가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게다가 한국 경제에 경고등도 켜지기 시작했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7월 상품수지(-11억8000만 달러)가 2012년 4월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7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10억 9000만달러)는 1년 전(77억 1000만 달러)보다 85%가량 급감했다. 8월 통관기준 무역수지 적자 폭을 고려하면 상품수지 적자가 더 늘면서 경상수지마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금 송금 등으로 경상수지가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한 적은 간혹 있지만, 상품수지 적자로 8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다면 이는 2012년 초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강달러 등 원화 약세에 미치는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적자 위험 등도 원화 추가 약세 요인으로 대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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