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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30분뒤 "차 빼라"…순식간에 물잠긴 지하주차장 참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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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6시까지는 괜찮다더니 30분 뒤 갑자기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니 차량을 옮겨야 한다는 방송이 나왔어요.”

시간당 최대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는 오전 6시부터 여러 차례 안내 방송을 했다.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침수 피해가 난 가운데, 소방당국이 지하주차장에서 연락이 끊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이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침수 피해가 난 가운데, 소방당국이 지하주차장에서 연락이 끊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1단지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지하주차장은 침수되지 않았다. 놀이터 쪽 지상 주차장에 세운 차는 출차해야 한다”고 방송했다가, 오전 6시 30분에 나온 세 번째 방송에서는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니까 차를 옮겨야 한다”고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반면 2단지에서는 수 차례 동일하게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고 있으니 긴급하게 차를 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한다.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지 않도록 양수기로 빗물을 퍼내는 작업을 했지만, 워낙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던 것으로 보인다.

밤새 점점 거세지는 빗방울에 불안에 떨었던 주민들은 지하 주차장 출차 안내 방송마저 수십분 사이에 내용이 바뀌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침수 피해가 나 바닥이 흙탕물로 뒤덮여 있다. 김민주 기자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가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침수 피해가 나 바닥이 흙탕물로 뒤덮여 있다. 김민주 기자

20년간 이 아파트에 거주했다는 A씨(68)는 “처음엔 오전 6시쯤 지하 주차장이 안전하다는 취지로 방송했다. 30분 정도 뒤에 돌연 차를 빼라고 방송을 해 혼란스러웠다”면서도 “안내 방송을 한 관리사무실 관계자와는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이지만 그 사람도 나쁜 뜻으로 그런 방송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을 옮기라는 방송이 나오자 상당수 주민이 지하 주차장으로 몰려들었다. 이미 지상에는 어른 허벅지 높이로 침수가 된 상태였지만 지하에 주차한 차량이 침수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서둘러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당시는 태풍 ‘힌남노’가 포항에 최근접한 시기와 맞물렸고 불과 수분 만에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올랐다. 지하 주차장에 물이 폭포처럼 쏟아지자 일부 주민이 차를 버리고 자리를 비워 지하 주차장엔 차들로 긴 줄이 세워졌다고도 한다. 이런 혼란 속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일부 주민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실종됐다.

이와 함께 아파트 인근 하천이 범람해 지하 주차장에 흘러든 것도 침수를 가속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6일 태풍으로 침수된 포항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7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태풍으로 침수된 포항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7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소방당국이 배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남부소방서 김경태 예방총괄담당은 이날 현장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폭우는 기록적인 폭우였고 소방차가 현장에 나가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면서 “물이 하천에서 범람해 (지하 주차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담당은 “현재 소방 40명, 경찰 10명, 해병 1사단 관계자 등 60여 명이 투입돼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있다”고 덧붙였다. 지하 주차장 배수 작업은 이르면 이날 오후 8시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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