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파병 일단 “명예후퇴”/일 자민당의 새 법안 마련과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도 폐기불구 인책론 미미
일본자위대 해외파병 법안은 일본정부ㆍ자민당이 이를 철회,「유엔대기부대」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들자는 안에 동의함으로써 「안락사」의 종말을 맞게 됐다.
이를 위해 일본국회는 8일 오후 자민ㆍ사회ㆍ공명ㆍ민사 4당의 간사장ㆍ서기장회담을 열고 자민당이 「유엔 평화협력법안」의 폐기를 공식으로 밝히는 한편 이에 대신할 일본의 국제공헌책으로 「유엔대기부대」를 자위대와 별도로 설치하는 새 법안 만들기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회당은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 참가하는 「유엔평화협력대」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유엔평화협력기구 설치 대강을 발표한 바 있는 데다 공명ㆍ민사당도 이와 비슷한 구상을 내놓고 있어 사실상의 야당측 대안을 자민당이 수용,별무리 없이 「자위대파병법안」을 명예롭게 후퇴시키자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민당은 이번 페르시아만사태에 처음부터 자위대 해외파병의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일본 여론을 앞세워 미국의 「인적공헌」 압력을 피하고 시간을 벌어 이라크에 묶여있는 인질을 하나라도 더 빼오자는 술책이 있는 게 아니냐는 서방측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번 법안이 중의원 단계에서 폐기된 데서 자민당 지도부가 져야 할 책임부분이 남는다는 점이다.
가이후 총리에 대한 인책론은 법안심의 초기단계에서 거론되기도 했으나 지난 4일 아이치(애지)현 보궐선거에서 자민당 후보가 승리함으로써 쑥 들어가버린 상태고 야당에서도 가이후 퇴진까지 밀어붙일 기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작 법안제출의 숨은 주역인 오자와(소택)간사장ㆍ니시오카(서강) 총무회장 등 매파들의 책임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이들은 가네마루(김환)ㆍ다케시타(죽하) 등 당내 유력파벌의 지지를 업고 있는 판이라 당분간 별문제는 없으리라는 정치평론가들의 전망이다.
와타나베파 회장인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도 한때 『중의원에서 법안이 폐기되면 의원 총사직이나 의회해산사태가 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으나 지금은 『책임은 다른 사람이 말한다고 해서 지는게 아니다. 본인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한편 『나도 자위대 파견을 주장한 책임이 있다』고 가이후 인책에 앞장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처럼 자민당내 책임론이 공중으로 떠버리 게 된 데는 역시 포스트가 이후를 맡을 강력한 「넘버투맨」이 없는데다 최대파벌인 다케시타파가 총리를 강력히 밀고 있다는 파벌 역학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다케시타파 회장인 최고 실력자 가네마루(김환신)도 심의 종반에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음을 감안,본인 스스로 나서 『자위대 파견철회』 『백지로 돌려도 좋다』고 말해 한차례 「물타기 전략」을 쓴 바 있다.
다만 12월중으로 있을 부분개각을 통해 외무장관ㆍ법무장관 등 중요 포스트를 바꾸는 데서 「책임론 공세」를 피할 공산이 크다.<동경=방인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