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의 여름이 간다…'경영의 신'에게 배우는 인생경영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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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 사진 교세라 홈페이지 캡쳐.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창업주. 사진 교세라 홈페이지 캡쳐.

유독 부고(訃告)가 잦았던 여름이 저물어 갑니다. 한국과는 애증의 정치인이었던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1954년생) 총리는 7월 8일,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러시아 정치인 미하일 고르바초프(1931년생)는 지난달 30일, ‘경영의 신(神)’이라 불렸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1932년생)는 지난달 24일 영면했습니다. 이번 여름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 끝나지 않을 듯 맹위를 떨치던 여름 햇볕도 숨이 죽어갑니다. 다음 주면 추석이네요.

모든 부고가 그렇지만 이나모리 교세라 창업주 겸 명예회장의 궂긴 소식은 그의 책을 애독하는 이들에겐 무겁게 다가왔을 터입니다. 이나모리라는 인물에 대해선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들의 기사를 권해드립니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8230). 자산가이지만 워낙 검소했던 탓에 손님 접대도 우리로 치면 김밥O국 격인 요시노야(吉野家)에서 했다는 기사(www.joongang.co.kr/article/25098945)도 울림이 큽니다. 그의 전략이자 철학으로 유명한 ‘아메바 경영’에 대해선 이나모리 명예회장 본인이 2009년엔 중앙일보 직접 인터뷰를 하며 소상히 잘 설명했습니다(https://www.joongang.co.kr/article/3930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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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고 해도, 이나모리 명예회장을 저술가로서 기억하는 이들도 많을 겁니다. 자신의 인생을 잘살아 보고 싶은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은 마주치게 된다는 책들은 한국에도『왜 일하는가(원제는 ‘일하는 방법’)』 등으로 나와 있습니다. 금방 읽어치울 수 있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쉽게 읽히는데도, 그 말이 전하는 메시지가 무거워서 울컥하거나 감동하거나 곱씹게 되기 때문이죠. 그는 기업뿐 아니라 인생을 경영하는 데도 신의 경지였던 듯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구절들입니다.

“이 세상에 매끄럽고 순탄하기만 한 삶이란 없다. (중략) 역경과 불행에 사사건건 휘둘리면 우리는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고, 무의식중에 살아갈 의욕마저 잃게 된다. 그럴수록 우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더욱 맹렬히 전념해야 한다. 혹독한 운명을 이겨내고, 삶을 밝고 희망차게 만들어주는 놀라운 힘이 ‘일’에 숨어 있어서다.”  

“‘저 친구는 참 안 됐어.’ 사람이란 모름지기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불행한 상황에 한 번쯤은 놓여보는 것도 좋다. 겨울이 추울수록 그 겨울을 견뎌낸 나무가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독한 고민과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크게 성장하고 진정한 행복을 붙잡을 수 있다.”  

힘들더라도, 힘들다고 말할 시간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해서, 마이너스를 플러스로 바꿔보자는 말이겠죠. 이나모리 명예회장 본인이 그 산 증인이었기에, 일반 자기계발서 또는 위로 남발 도서들과는 깊이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젊은 시절의 이나모리 명예회장. [중앙포토]

젊은 시절의 이나모리 명예회장. [중앙포토]

3일 기준으로 우리에겐 모두 공평하게 17개 주(週)가 남아있습니다. 1년은 모두 52개 주인데, 약 3분의 1이 남은 셈이네요. 언젠가 모두 죽지만, 그래서 덧없는 게 인생이지만 그래도 이왕 태어난 거 있는 힘껏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인스타그램은 그만 보고, 내년 봄에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금을 견뎌야겠습니다. 이응준 작가의 아랫글, ‘가을과 겨울 사이’로 여러분에게도 응원을 보냅니다. 그리고, 이 여름 상실을 겪은 분들께 심심한 위로를 삼가 전합니다.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이 세상에 두려운 일이 없었다면  당신이 나를 믿어 주었겠습니까? 내가 세상의 얼룩이 아니었던들 당신이 나를 아는 척이나 했겠습니까? 작은 나무 하나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이 말이 너무 슬퍼서 나는 일부러 사람들을 경멸하면서 살았습니다. 어디에든 누구의 것으로든, 반쯤 타버린 불쏘시개 같은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처럼 살고 있습니다. 여름이 지나갔으니 또다시 가을이 아니라, 가을과 겨울 그사이가 되었습니다. 어디에든 누구의 것으로든, 삶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그사이이듯이. 나는 세상이 두렵습니다. 세상의 얼룩입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이 세상과 사람들이 말하는 당신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당신의 고통임을 압니다. 여름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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