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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용 신 소재개발 열올려|미 방위산업 연구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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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워싱턴=문창극 특파원】창과 칼을 녹여 쟁기와 보습을 만드는 태평세월이 정말 다가오는 것일까.
동서해빙무드에 힘입어 소련이 탱크와 장갑차를 트랙터로 개조한 것이 화제가 됐듯이 요즘 미국에서도 군수산업을 일반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이 활발히 추진중이다.
특히 이같은 변화에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가 방위산업연구소들이다.
과거 수소폭탄을 제조했으며 끊임없이 핵무기를 발전시켜왔던 미국의 핵무기개발연구소들이 이제는 골프채와 오토바이용 헬멧에 사용할 수 있는 신소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캘리포니아주 소재의 미연방 정부산하 로렌스 리버몰연구소는 50년대 초 수소폭탄을 제조했던 곳이나 요즘은 이곳에서 탱크 철갑용으로 개발한 가볍고도 단단한 세라믹 알루미늄을 골프헤드와 헬멧에 이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세계최고의 레이저기술도 갖고 있는 이 리버몰연구소는 레이저기술의 민간부문으로의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레이저광선을 이용하여 「별들의 전쟁」을 꿈꾸던 이 연구소가 생활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레이저광선의 개발을 서두르고있는 것이다.
이 연구소는 레이저광선을 이용하여 핵발전소 우라늄을 고농도로 농축시킨다든지, 다이아몬드 등의 고강도 물질의 절단이나 용접기술을 발전시킨다든지, 현재 각국이 골치를 썩이고 있는 폐기물을 무공해로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성공한 업적도 적지 않다. 레이저광선을 컴퓨터 칩 제조와 원유 탐사·굴착 등에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역시 연방정부산하의 핵무기연구소인 뉴멕시코주의 샌디아연구소·로스 알라모스연구소도 비슷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미 에너지부산하의 핵 관계연구소 31개소도 방향전환에 고심하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산하연구소의 운영체제를 전면 재검토하는 위원회를 구성하여 핵 연구부산물의 이용 확대방안을 찾고 있다.
에너지부는 과거 크루즈미사일에 사용하던 특수금속을 민간부문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관련 민간회사들이 협의체를 구성토록 도와주고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군수산업이나 방위연구분야에 최고의 연구진과 기술이 몰려있었던 관계로 이같은 전환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미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의 모색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우선 이들 연구소가 대부분국책연구소로서 전적으로 정부지원으로 운영돼왔고 비밀을 생명으로 해온 관습 때문에 상업의식에 철저해야하는 민간분야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마치 소련이 계획통제경제에서 시장경제를 채택하면서 겪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군사 기밀에 대한 공포가 민간기업의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고도 한다.
기업인들이 기밀누설에 대한오해를 받을까 우려하여 연구소근처에도 오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미국정부가 지난해 이러한 경직된 환경을 물기 위해 방위연구소의 기술을 산업과 대학이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했으나 아직은 이용이 별로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갑작스런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편이다.
한해에 30억 달러나 되는 예산을 사용하는 리버몰연구소 등의 경우도 현재 70%선의 방위산업연구를 앞으로 수년 안에 50%선으로 낮추는 등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전환과정에서 주요기술이나 정보가 외국기업으로 빠져나가는데 대한 우려도 높다.
미국이 우주산업 부산물로 개발한 신소재를 일본이 골프채 등 운동기구와 섬유 등으로 상품화시키는가하면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하여 여자용 브래지어를 만드는 등 재주는 미국이 넘고 돈은 엉뚱한 나라가 버는데 대한 경계심 역시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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