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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늘고 경기는 침체…‘나홀로 사장님’ 14년 만에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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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직원 없이 가게를 꾸려가는 ‘나 홀로 사장님’이 42개월 연속 증가하며 14년 만에 가장 많아졌다.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자가 늘었고, 경기 침체로 장사가 안되면서 고용원을 두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9000명(1.1%) 늘어난 433만9000명이었다. 이는 같은 달 기준으로 2008년(456만7000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년 전 대비 증감률로 봤을 때 2019년 2월부터 42개월 연속 증가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혼자 또는 무급 가족종사자와 함께 독립적인 형태로 전문적인 업을 수행하거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보다 영세한 편이다. 자영업자 가운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비중은 2018년 7월 29.1%에서 지난 7월 23.8%로 줄었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70.9%에서 76.2%로 늘었다.

이처럼 1인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경기가 나빠지면서 아르바이트 등 직원을 내보내거나, 아예 직원을 두지 않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년 이후 인건비 부담이 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다.

여기에 자영업자의 영업 행태가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디지털 전환으로 점포에서 자동주문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매장에 직원을 두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은 “직원 대신 주문을 받는 키오스크,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 로봇 등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자영업 영업 형태가 바뀌고 있다”며 “2019년 최저임금 인상,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자영업자가 아르바이트를 내보내는 등 자영업 내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기반의 노동자가 증가한 것도 요인이다. 배달 대행업체 등에 소속된 플랫폼 노동자는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가운데 ‘운수 및 창고업’ 종사자의 비중은 2018년 7월 13.9%에서 지난 7월 16.4%로 4년 새 2.5%포인트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령층 인구가 늘면서 농림어업 쪽 종사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별로 보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가운데 농림·임업 및 어업 종사자의 비율이 같은 기간 21.6%에서 23.5%로 늘었다. 농림·임업 및 어업 종사자는 60대 이상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편 정부는 최근 열린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소상공인에 58조원 상당의 신규·대환자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빅데이터 플랫폼 등을 구축, 기업가 정신과 시장 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이 늘어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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