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모노레일 타고 전망대 오르니, 북한 땅 손에 닿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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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오디세이 ③ 교동도

화개산 정상에 조성 중인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미리 가봤다. 한강 하구 너머 북한이 훤히 보인다. 강화군은 11월 전망대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화개산 정상에 조성 중인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미리 가봤다. 한강 하구 너머 북한이 훤히 보인다. 강화군은 11월 전망대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승표 기자

지난해 약 100만 명이 강화도 부속 섬 ‘교동도’를 찾았다. 2014년 교동대교가 놓인 뒤 가장 많은 사람이 섬을 방문했다. 한데 여행객은 뭔가 아쉽다고 입을 모은다. 대룡시장 외에 들를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교동대교 개통에 버금가는 변화가 기대된다. 화개산 정상으로 가는 모노레일이 개통하고, 북한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가 들어선다. 9월에는 10만 송이 해바라기가 만개할 예정이다.

시간여행 떠나는 재미

교동도를 찾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대룡시장.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난 온 주민들이 연백시장을 본떠 만든 시장이었다. 최승표 기자

교동도를 찾는 사람들이 꼭 들르는 대룡시장.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군에서 피난 온 주민들이 연백시장을 본떠 만든 시장이었다. 최승표 기자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교동도는 전인미답의 여행지나 다름없었다.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민통선 너머 섬이기 때문이었다. 2014년 다리 개통 이후 타임캡슐에 갇힌 듯한 풍경이 화제가 됐다. 1960~70년대 분위기의 대룡시장 덕분이었다. 교동도에는 한국전쟁 때 남하한 피난민이 많이 살았다. 대부분 황해도 연백군(현 연안군) 주민이었는데 이들이 연백시장을 본떠 만든 게 대룡시장이었다. 시장에서 만난 실향민 서경헌(78)씨는 “어릴 적엔 대룡시장이 더 크고 북적북적했다”며 “물건만 사고파는 장이 아니라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고향 사람들의 회합 장소였다”고 회상했다.

대룡시장 인근에 자리한 이국적인 분위기의 파머스마켓. 지역 특산물과 밀크티 같은 음료를 판다. 최승표 기자

대룡시장 인근에 자리한 이국적인 분위기의 파머스마켓. 지역 특산물과 밀크티 같은 음료를 판다. 최승표 기자

몇 년 새 시장 풍경이 많이 변했다. 실향민 1세대 상인은 소수만 남았고, 오래된 가게는 2, 3세대가 명맥을 잇고 있다. 외지인도 많이 들어왔다. 5~6년 전만 해도 이발소·방앗간 같은 생활형 점포가 많았는데, 지금은 카페와 간식 파는 가게가 골목을 채우고 있다. 현재 점포는 약 140개다. 대룡시장 최성호 상인회장은 “외형은 변했어도 친절과 인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며 “모든 상인이 대룡시장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품고 손님을 맞는다”고 말했다.

대룡시장 뒤편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가 있다. 한두 명이 들어가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승표 기자

대룡시장 뒤편에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가 있다. 한두 명이 들어가 기도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승표 기자

여행객은 예스러운 분위기의 시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즐긴다. 황해도식 냉면을 맛보고 복고풍 카페에서 달걀노른자 띄운 쌍화차를 마신다. 시장 밖에도 보고, 즐길 거리가 많이 생겼다. 농기구 수리점을 개조한 ‘파머스마켓’에서 농산물을 사고 밀크티를 마신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교동초등학교 소나무도 구경하고, 어느 기독교 신자가 만든 ‘세상에서 제일 작은 교회’도 둘러본다.

500억원 투입한 신흥명소

대룡시장이 강화도에서 손꼽는 명소로 떠올랐지만, 교동도 입장에서는 고민이 많았다. 관광객 대다수가 시장만 둘러보고 섬을 빠져나가서였다. 관광객이 섬에 더 오래 머물 자원이 필요하던 차에 강화군은 화개산(259m)을 개발하기로 2018년 결정했다. 국비와 민간 투자를 포함해 약 500억원을 들여 강화도 역사상 최대 규모 관광지 조성사업을 벌였다.

6월부터 시범 운행 중인 화개산 모노레일. 느릿느릿 화개산을 오르며 한강 하구너머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6월부터 시범 운행 중인 화개산 모노레일. 느릿느릿 화개산을 오르며 한강 하구너머 북한 땅을 바라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화개산은 교동도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1시간만 걸으면 정상에 닿을 만큼 아담하지만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이 일품이다. 고려 시대 문인 ‘이색’이 전국 8대 명산으로 꼽았을 정도다. 산 정상까지 가는 모노레일은 이미 완공됐고 정상부 전망대와 북쪽 사면의 화개정원 조성작업이 진행 중이다. 강화군 이승섭 도시건설국장은 “전망대와 정원은 11월께 개방 예정”이라며 “북한을 바라보며 평화를 기원하고 정원에서 휴식까지 누리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시범 운행 중인 국내 최북단 모노레일을 타봤다. 이용료가 1만2000원인데 승차장에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1만2000원 이상 결제하면 무료 탑승권을 준다. 전망대와 정원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온전히 관광을 즐길 수 없는 까닭이다. 9인승 모노레일이 느린 속도로 산을 올랐다. 화개정원을 지나 정상부까지 16분 걸렸다.

화개산 북쪽 사면에 조성 중인 화개정원. 11만㎡ 부지에 물·역사·평화·추억·치유, 5가지 주제 정원으로 이뤄졌다. 11월 개장 예정이다. 최승표 기자

화개산 북쪽 사면에 조성 중인 화개정원. 11만㎡ 부지에 물·역사·평화·추억·치유, 5가지 주제 정원으로 이뤄졌다. 11월 개장 예정이다. 최승표 기자

아직 공사 중인 전망대도 올라봤다. 강화도 군조(郡鳥)인 저어새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모노레일과 바닥을 강화유리로 만든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전국에 흔하다. 그러나 화개산이 보여준 풍광은 압도적이었다. 너른 논과 한강 하구, 교동도와 딱히 다를 게 없는 북한 땅이 훤히 보였다. 전망대 남쪽 전망도 뒤지지 않았다. 석모도·서검도·볼음도 등 숱한 섬이 옹기종기 떠 있는 모습이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같았다.

낙조에 물든 해바라기밭

이달 말이나 9월 초에 교동도를 들른다면 꼭 가봐야 할 장소가 또 있다. 바로 난정저수지다. 낚시꾼 사이에서 대형 붕어를 낚는 명당으로 알려졌는데 늦여름에는 해바라기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난정저수지 옆에 조성한 해바라기밭이 9월 초 만개할 전망이다. 낙조와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다. 사진은 지난해 촬영했다. 사진 박용구

난정저수지 옆에 조성한 해바라기밭이 9월 초 만개할 전망이다. 낙조와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 같다. 사진은 지난해 촬영했다. 사진 박용구

난정저수지 옆 수정산 자락은 농어촌공사 땅이었다. 주인이 있다지만 쓰레기 나뒹구는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었다. 2019년 마을 이장이었던 박용구 난정1리영농조합법인 부위원장은 약 3만8000㎡ 부지를 임대해 해바라기밭을 일구기로 결심했다. 마을 주민과 쓰레기를 치우고 돌을 골라낸 뒤 해바라기를 파종했다. 늦여름 10만 송이 해바라기가 파도치는 장관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농사가 주업인 주민들은 폐허를 뒤덮은 꽃을 보고 감격했고, 구석진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고 감탄했다.

올해는 장마 탓에 예년보다 파종이 늦어졌다. 7월 5일 심은 해바라기가 9월 초에 피어서 보름 남짓 노란 물결을 이룰 전망이다. 박용구 부위원장은 “샛노란 꽃밭과 낙조가 어우러진 풍광은 전국의 여느 해바라기밭보다 멋지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기출 교동역사문화발전협의회 회장이 교동향교 대성전에서 설명하는 모습. 교동향교는 주말마다 방문객 대상 '우리 집 가훈 쓰기' 체험을 진행한다. 최승표 기자

한기출 교동역사문화발전협의회 회장이 교동향교 대성전에서 설명하는 모습. 교동향교는 주말마다 방문객 대상 '우리 집 가훈 쓰기' 체험을 진행한다. 최승표 기자

교동도에는 역사적으로 뜻깊은 장소도 많다. 한국 최초의 향교인 ‘교동향교’가 대표적이다. 1127년에 설립한 향교인데, 고려 태조 원년(917년)에 중국 사신을 위해 만든 문묘(文廟)가 모태였다. 교동향교에서는 주말마다 ‘우리 집 가훈 쓰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향교 인근에는 맹인을 위한 한글 점자 체계 ‘훈맹정음’을 창안한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의 생가도 있다. 점자가 어떤 원리로 탄생했는지, 우리말조차 지키기 어려웠던 시절 선생이 어떻게 훈맹정음을 만들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여행정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교동도는 민간인통제구역이어서 신분 확인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 교동대교 앞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준다. 시범 운행 중인 모노레일 이용료는 1만2000원, 11월 개장 예정인 화개정원 입장료는 5000원이다.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한다. 난정저수지 해바라기는 만개 시기에 입장료 2000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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