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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靑' 열리자 158만명 갔다…사람들 몰랐던 숨은 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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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7일 개방 100일 맞았다. 17일까지 누적 관람 인원은 158만명이 넘는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청와대 정문 개문 기념 행사 당시 운집한 시민들의 모습. 김상선 기자

청와대가 17일 개방 100일 맞았다. 17일까지 누적 관람 인원은 158만명이 넘는다. 사진은 지난 5월 10일 청와대 정문 개문 기념 행사 당시 운집한 시민들의 모습. 김상선 기자

청와대가 17일 개방 100일을 맞았다. 청와대는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취임과 함께 문을 열었다. 청와대를 완전 개방한 것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었다. 금단의 구역이 열렸고, 대중은 뜨겁게 반응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맞물려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막상 문이 열리자 서울 최고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청와대 관람 예약 신청 서버는 오픈 직후 다운됐고, 무료 관람권을 웃돈을 얹어 거래하는 일도 생겼다. 청와대는 명실상부 올해 최고의 관광 콘텐트다. 5월 10일부터 8월 17일까지 청와대 개방 100일을 탐방객의 눈으로 돌아봤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58만3901명

12일 오후 청와대 관람 풍경.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을 배경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종현 기자

12일 오후 청와대 관람 풍경. 시민들이 청와대 본관을 배경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백종현 기자

158만3901명. 지난 100일간 청와대를 관람한 인원수다(문화재청). 모두 11일간 휴관했으니 89일 동안 하루 1만7796명씩 다녀간 셈이다.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는 데는 44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 관람객도 많이 찾았다. 현장 발권 입장객 2만6389명 가운데 외국인은 7418명으로, 비중이 28%에 달했다.

개방에 따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경복궁역 일대와 삼청동·효자동 등 청와대 주변 유동 인구가 확 늘었고, 음식점·카페·편의점 할 것 없이 주변 상권이 매출 특수를 누렸다. 북악산을 찾은 등산객도 크게 늘었다. 청와대를 개방한 5월 10일부터 31일까지 북악산 등산객은 대략 9만4000명으로, 그 규모가 전년 같 기간보다 7배나 높았다. 서울관광재단은 9일 경복궁 돌담길과 청와대 주변을 돌아보는 도보해설 관광을 시작했다.

줄을 서시오

 본관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설이다. 5월 개방 초기 청와대 본관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시민들. 전민규 기자

본관은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시설이다. 5월 개방 초기 청와대 본관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시민들. 전민규 기자

지난 100일간 청와대에서 가장 줄이 길었던 곳은 어디일까.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이다. 개방 초기엔 1시간 이상 대기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대통령이 집무를 보던 본관은 5월 26일 개방 이후 6월 9일까지 단 15일 만에 27만명이 몰려들었다. 국빈 만찬이 열리던 영빈관은 5월 23일 첫 공개 이후 6월 9일까지 20만명 이상이 찾았다.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평일에 방문하거나, 주말 오후 3시 이후 시간에 방문하면 비교적 한가로이 시설을 관람할 수 있다.

청와대 관람 안내도. 사진 문화재청

청와대 관람 안내도. 사진 문화재청

인생 사진은 여기서

지난 5월 10일 청와대 개방 행사 때 시민이 본관과 대정원, 북악산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5월 10일 청와대 개방 행사 때 시민이 본관과 대정원, 북악산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청와대 본관 중앙 계단에 걸린 김식 작가의 '금수강산도'. 높이가 11m에 이른다. 백종현 기자

청와대 본관 중앙 계단에 걸린 김식 작가의 '금수강산도'. 높이가 11m에 이른다. 백종현 기자

가장 ‘청와대다운’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장소는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이다. 본관과 너른 잔디밭, 그리고 그 너머 북악산(342m)까지 함께 담을 수 있는 포인트다. 본관이 멀찍이 배경으로 잡히는 청와대 정문 앞, 아름드리 소나무와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본관 앞마당도 관람객 대부분이 기념사진을 담아가는 장소다. 사실 청기와가 보이는 모든 장소가 포토 스폿이긴 하다. 본관 실내에선 가로 11m, 세로 5m 크기의 ‘금수강산도(김식, 1991)’가 걸린 본관 중앙계단, 역대 영부인들의 초상화가 한쪽 벽에 나란히 걸린 무궁화실이 사진 명당으로 통한다.

청와대 대통령 관저. 입구인 인수문 앞으로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백종현 기자

청와대 대통령 관저. 입구인 인수문 앞으로 노태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백종현 기자

역대 대통령의 기념식수가 있는 녹지원도 사진이 잘 나온다. 녹지원 잔디광장 중앙에 수령 170년 높이 16m의 반송이 자라고 있다. 관저 인수문 앞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 내외가 1990년 관저 준공 때 심은 소나무,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가 2003년 식목일에 심은 소나무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비밀의 장소는 없지만

12일 오후 청와대 백악교 옆 연못가에서 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시민들. 백종현 기자

12일 오후 청와대 백악교 옆 연못가에서 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시민들. 백종현 기자

비밀의 장소는 없지만, 한갓진 장소는 있다. 본관과 관저 뒤편 언덕의 숲길이다. 2018년 보물로 지정된 불상 ‘미남불(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재건 때 지은 누정 ‘오운정’이 숨어있으나, 다소 가파른 탓에 발길이 드문 편이다. 숲길에서 남산과 N서울타워가 훤히 내다보일 만큼 전망도 탁 트였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 백현민 사무관은 상춘재 옆 백악교 주변을 추천했다. “다리 주변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정자도 있어 잠시 더위를 피해가기 좋다”는 뜻에서다.

동선 어떻게 짜야 할까

12일 청와대 본관 앞 풍경. 야외 공간은 반려견도 함께 다닐 수 있다. 백종현 기자

12일 청와대 본관 앞 풍경. 야외 공간은 반려견도 함께 다닐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청와대 면적은 약 25만㎡(약 7만6000평)에 이른다. 본관과 영빈관 실내를 둘러보고 본관 뒤 언덕길도 걸으려면 줄을 서지 않아도 두 시간 이상 걸린다. 동선을 어떻게 짜느냐가 중요하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문은 영빈문·연풍문(정문)·춘추문 세 곳이다. 삼청동에서 올라오는 경우에는 춘추문, 경복궁역에서 올라오는 경우에는 영빈문이 가장 가깝다. 경복궁 관람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정문을 통해 출입하는 것이 편하다. 정문으로 들어가는 경우 녹지원~춘추관~상춘재~침류각~관저~오운정~미남불~수궁터~본관(대정원)~영빈관 순으로 돌아보면 된다.

인기 시들해졌나

청와대 관람 예약 신청 화면. 예약 가능한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관람 예약 신청 화면. 예약 가능한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관람 예약 신청 서버가 다운되고, 무료 관람권에 웃돈을 얹어 거래하던 시절은 이제 사라졌다. 6월 12일 상시 개방 체제로 전환하며, 관람 인원을 확대한 영향이 크다. 하루 4만9000명까지 입장할 수 있는데, 현재 주말‧평일 할 것 없이 예약이 여유로운 편이다. 한때 1시간 가까이 줄을 섰던 청와대 본관은 금요일(8월 12일) 오후 시간에도 대기 시간 없이 입장할 수 있었다.

연이은 폭염과 장마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른바 개장 특수가 빠진 것만은 확실하다. 청와대에 대한 충분한 조사·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전면 개방한 것이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광학과 A교수는 “준비 없이 개방하다 보니 건축과 풍경밖에 볼 게 없다”면서 “청와대라는 유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떻게 내실 있는 이야기를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청와대 영빈관 앞 풍경. 금요일 오후 임에도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백종현 기자

12일 청와대 영빈관 앞 풍경. 금요일 오후 임에도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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