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등산은 그야말로 국민 레저가 됐다. 산이라면 질색하던 20~30대도 전국 산을 누빈다. 다만 여름은 너무 더워 등산이나 걷기 여행을 꺼린다. 바다나 계곡에 가서 물놀이를 한다. 그러나 진짜 걷기 마니아는 여름을 기다린다.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계곡 트레킹'이 있어서다. 강원도 강릉 '계곡바우길'이 계곡 트레킹 성지로 꼽힌다.
계곡바우길은 강릉 연곡면과 양양 현북면에 걸쳐 있다. 물 맑기로 소문난 부연동계곡과 법수치계곡을 넘나드는 20.5㎞ 코스다. 이틀을 꼬박 걸어야 하고 길이 험해 베테랑 산꾼과 함께 걷길 권한다. 지난 7월 30일 ㈔강릉바우길이 주최한 '다 함께 걷기'에 참가했다. 전체 코스의 절반을 하루에 걷는 행사였다.
법수치계곡 대승폭포에서 걷기 시작했다. 처음 30분은 임도를 걸었지만 이후 부연동 약수터가 나올 때까지 수십 번 계곡을 넘나들었다. 내내 물속을 걸었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물속이 미끄러운 데다 일부 구간은 자일을 잡고 건너야 했을 만큼 만만치 않았다. 무릎이 시큰거렸고 체력 소모도 심했다. 그래도 내내 물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계곡을 헤치며 나아가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계곡바우길은 만반의 준비를 한 뒤 걸어야 한다. 등산스틱과 여벌의 등산화·등산복을 준비해야 한다. 인적이 뜸하고 구간 대부분에서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았다. 큰비가 내린 뒤 물이 불었을 때는 도전을 삼가는 게 좋다. 강릉바우길 이기호 사무국장은 "외국의 유명 트레일을 가봐도 이렇게 멋진 계곡을 걷는 길은 보지 못했다"면서도 "험한 길인 만큼 걷기 전에 강릉바우길에 연락해 안내를 받길 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