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면 그 개는 죽는다" 이상한 개 변호사의 사연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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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이젠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됐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반려동물, 이젠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됐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인권이 중하듯 견권(犬權), 묘권(猫權)도 중하니 반려견, 반려묘는 아직 꿈만 꾸고 있습니다만,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귀가 쫑긋합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건사고도 늘어나고 있죠. 지난달 울산광역시에서 8살 아이가 목줄을 하지 않은 중형견에 물려 목숨이 위험했던 사고는 아찔했습니다.

처벌을 어떻게 하는지를 두고 논란도 큽니다. 개를 안락사시켜야 하는가, 주인을 벌금형에 처해야 하는가 등 문제는 복잡합니다. 반려동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문제는 더 커지고 많아지고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수는 313만이라고 하니까요. 태평양 건너 미국도 비슷한 고민을 해왔습니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다룬 한 변호사의 이야기는 울림이 컸는데요, 일명 ‘개 변호사(a dog lawyer)’인 리처드 로젠탈 변호사 스토리입니다. 견권(犬權) 변호사인 셈이네요.

개 변호사, 로젠탈을 다룬 뉴욕타임스(NYT). the New York Times 캡처

개 변호사, 로젠탈을 다룬 뉴욕타임스(NYT). the New York Times 캡처

로젠탈 변호사가 동물 관련 케이스를 전문으로 하게 된 건 약 10년 전입니다. NYT에 따르면 그는 이전엔 일반 민사 소송 전문 민완 변호사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한 가족의 슬픈 사연으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어니언이라는 이름의 마스티프 로드시안 대형 믹스견을 기르던 가족의 비극인데요. 어니언은 몸무게만 56㎏에 달하는 거구였다고 합니다. 반려인인 할머니가 암 진단을 받고 한창 인생의 바닥을 쳤을 때 입양했고 큰 위안을 줬다고 해요.

이연복 셰프의 반려견, 생일이. 이연복 제공

발레리나 이은원과 그의 반려견 초코. 우상조 기자
정호영 셰프와 그의 반려견 순이와 또깡이. 우상조 기자
가수 김완선의 반려묘 흰둥이. 김성룡 기자

그런데 주인 할머니의 갓난쟁이 손주가 집에 놀러왔고, 이 아이가 어니언을 보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어니언은 흥분 상태에 빠졌고, 자기를 공격하려고 생각한 나머지 아기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아기는 즉사했죠. 어니언을 안락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는 가운데, 반려인인 할머니는 고민에 빠집니다. 결국 어니언을 죽이지는 않기로 하죠. 대신 유기견 구조 센터에 보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반려인의 대리인이 로젠탈 변호사였던 것이죠. 로젠탈은 NYT에 “어니언의 케이스는 가슴아픈 비극”이라며 “하지만 개가 악의를 갖고 (아기를 공격)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로젠탈 변호사는 포메라니안부터 셰퍼드 등 여러 반려견과 유기견을 대리하는 변호사를 자처하게 됩니다. 어니언의 경우처럼 안락사가 될 상황인 개를 위한 전문 변호사가 된 셈이죠. NYT는 그에 대해 “개 안락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로젠탈”이라며 “그 때문에 희생자 가족 등 원고 측이며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단체들에겐 공격의 대상이 된다”고 전했습니다. 로젠탈 본인은 어떻게 말할까요. 그는 “나는 절대 질 수 없다”며 “내가 지면 곧 해당 개가 죽음을 자동으로 맞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가끔 내가 개의 권리를 변호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나를 증오한다”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미워해도 상관 없다. 내가 없으면 죽는 개들이 있으니까.”  

반려동물 용품 매장의 모습. 관련 산업은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연합뉴스

반려동물 용품 매장의 모습. 관련 산업은 성장세가 뚜렷합니다. 연합뉴스

로젠탈 변호사의 신념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결코 없습니다. 그의 논리대로 어니언은 단순히 본성을 따랐을 뿐이고 아기를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생명이 끔찍한 방식으로 사라진 건 사실이니까요. 반려견과 반려묘 숫자가 늘수록, 그에 해당하는 책임과 권리, 문제 등도 더 세심히 살펴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의 수호자 격인 이연복 셰프도 지난해 중앙일보 '그 셀럽의 반려생활' 시리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려면 사실 돈도 많이 듭니다. 병원비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에너지도 많이 들고요. (중략) 정부도 반려동물 의료보험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었으면 합니다.”

인권과 견권, 묘권이 어우러지는 행복한 사회가 되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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