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익명' 비대위 촉구 성명서, 수준 낮다"…가처분 신청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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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모든 내용 기록으로 남겨 공개…곧 필요할 듯”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의 당내 초선모임 성명서가 익명으로 발표된 것을 비판하면서, “모든 것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 구성 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3일 저녁 페이스북에 “이 모든 난장판의 첫 단계인 초선 모임 성명서부터 살펴보니 익명으로 의원들이 참여해서 숫자를 채웠다”며 “익명으로 성명서 만들어서 발표하는 문화는 뭐냐. 목숨이 위협받던 일제시대에 독립선언서도 최소한 다 실명으로 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명으로 참여하신 분들도 왜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느냐”며 “당에 무책임이 깃들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성명서를 익명으로, 비공개로 숫자 채워서 어딘가에 올리는 이유는 언론에는 ‘몇 명 참여’로 발표해서 분위기 잡고, 어딘가에는 ‘참여한 사람 명단’을 보고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그리고 그 와중에도 참여를 망설이는 사람들한테 ‘네 이름은 네가 보여주고 싶은 그분에게만 가고 대중에게는 공개 안 돼’라는 안도감을 주기 위함”이라면서 “초선의원이 63명이라고 32명을 채워서 과반인 것처럼 하기 위해 익명까지 동원하고 이름은 공개 안 되는 이런 수준 낮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리해서 앞으로 모든 내용은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겠다. 곧 필요할 듯해서”라며 “이런 이름들은 나중에 일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모든 사안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것이 향후 비대위와 관련한 법적 대응, 즉 가처분 신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글을 올린 직후 같은 글에 “익명 성명서에 언데드(undead) 최고위에, 어디까지 가나 봐야죠”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언데드’ 최고위란 배현진 의원 등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최고위원회 표결에 참여한 것을 비꼰 것이다.

앞서 당 초선들은 지난달 29일 배 최고위원이 사퇴 선언을 한 직후 성명서를 내고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은 신속히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을 정상화하고 윤석열 정부의 개혁입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이날 “당헌·당규상 비대위가 출범하면 비대위원장은 당대표의 권한을 갖게 된다”며 “즉시 전임 지도부는 해산되기 때문에 자동으로 이 대표도 제명이랄까, 해임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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