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세븐' 해법은 빠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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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부동산대책은 공급 확대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공급 확대가 실현될 때까지 시장을 진정시킬 대책이 함께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쪽 대책'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특히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집값을 안정시킬 대책이 없다. 세금 폭탄과 재건축 규제도 여전히 '성역(聖域)'으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신도시가 건설될 때까지는 여전히 공급 부족상태이므로 과도기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고,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선 기존 주택에서 매물(賣物)이 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 등 거래세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면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계산했지만 실제론 양도세 부담 등으로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규제 역시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서울 강남 지역의 공급 확대를 위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내년 초 강남을 대체할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하겠다고 하지만 이와 별개로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강남 지역의 물량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부족해서는 집값 안정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돈줄 죄기' 측면에서는 크게 강화되지 않았다.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투기과열지구까지 확대했지만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6억원 초과 아파트는 5119가구에 불과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양치기 공약'이 만든 정책 불신이 문제다. 여기에 내년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다.

한편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킨 점에 대해 정책 담당자를 대표해 집을 갖지 못한 서민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세금 폭탄과 재건축 규제로 대표되는 수요 억제 정책이 집값 안정에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시장 코드'보다는 '이념(理念) 코드'에 집착했던 정부가 최근 '부동산 민심'이 크게 동요하자 결국 시장의 힘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김동호 기자

◆ 버블 세븐=청와대가 올 5월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었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꼽은 7곳을 말한다. 청와대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고 지목한 버블 세븐은 강남.서초.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개 구와 목동.분당.용인.평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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