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BC는 다시 현역 감독 체제로…이강철과 KT의 결단

중앙일보

입력

2023 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강철 KT 감독. 중앙포토

2023 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강철 KT 감독. 중앙포토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56) 감독이 내년 3월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을 이끈다. KBO는 지난 21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이 감독을 WBC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9년 만에 다시 현역 프로야구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게 됐다.

이 감독은 구단을 통해 "WBC 대표팀 감독에 선임돼 영광스럽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구단에서 국가대표 감독 겸직을 흔쾌히 승낙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일단 시즌 중에는 팀 성적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시즌이 끝난 뒤 본격적인 준비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역 감독이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으려면 감독과 구단 모두의 희생이 필요하다. WBC 대표팀이 강화 훈련을 시작하는 2월은 각 구단이 새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스프링캠프 기간이다. 국가대표 사령탑이라는 중책을 맡은 감독은 소속팀 캠프보다 WBC 대표팀 구상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3년 WBC 사령탑이었던 류중일 감독은 당시 소속팀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를 코치들에게 맡기고 대만으로 대표팀 전지훈련을 떠나야 했다. 또 2009년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 감독은 당시 소속팀이던 한화 이글스의 하와이 오아후 캠프 바로 옆에 WBC 훈련 캠프를 차리는 고육지책을 짜내야 했다.

이강철 감독 역시 내년 2~3월을 꼬박 대표팀을 위해 할애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3시즌을 준비할 KT 구단 입장에선 수장 없이 치르게 될 스프링캠프가 내심 불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KBO 기술위원회는 프로야구와 국제대회에서 지도자 경험이 풍부한 이 감독을 한국 야구의 '구원 투수'가 돼 줄 적임자로 추대했다. KBO는 "단기전 특성상 마운드 운영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 감독으로 뜻을 모았다. 투수들을 잘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기용해 온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며 "이 감독이 지난해 통합 우승팀 사령탑인 점도 최종 결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시상대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KT 선수단. [뉴스1]

지난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뒤 시상대에서 세리머니를 하는 KT 선수단. [뉴스1]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가 된 지 오래다. 현역 감독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2017년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도입했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참패해 메달 없이 빈손으로 돌아온 뒤로는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에 굵직한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심지어 WBC는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유일하게 참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은 2013년과 2017년 대회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강철 감독은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다시 대표팀과 소속팀 지휘를 병행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그래도 이강철 감독은 그 책임을 감당하기로 결단했다. KT 역시 '대의'를 위해 감독의 편에 섰다. '디펜딩 챔피언'의 무게와 책임을 감독과 팀이 함께 짊어지는 모양새다. 총 20개국이 참가하는 WBC는 내년 3월 8일부터 21일까지 미국과 일본 등에서 나뉘어 열린다. 한국은 일본·호주·중국 등과 함께 B조에 편성돼 일본 도쿄에서 1라운드를 치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