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기부] 코로나로 늘어난 결식·방임 …‘복지 사각지대’의 아이들 돕는 데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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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나눔재단

 열매나눔재단의 ‘위기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에 참여한 학교 사회복지사가 아이들을 위한 식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작은 사진은 장바구니에 식품을 골라 담는 아동과 담당교사의 모습. [사진 열매나눔재단]

열매나눔재단의 ‘위기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에 참여한 학교 사회복지사가 아이들을 위한 식재료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작은 사진은 장바구니에 식품을 골라 담는 아동과 담당교사의 모습. [사진 열매나눔재단]

초등학교 6학년인 은희(가명)는 엄마, 동생 둘과 함께 살고 있다. 엄마는 오랜 우울증으로 경제활동을 전혀 못 해 네 식구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해왔다. 코로나19 이후 은희네는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고, 신변을 비관한 엄마가 극단적인 시도까지 하게 되자 은희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알게 된 담당 사회복지사는 지역 내에 반찬 지원 등을 요청했으나, 이미 대상자 선정을 마친 상황이라 지원을 받으려면 몇 달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지난해 국내 결식아동 30만 명

코로나19 장기화로 결식과 방임의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2021년 기준 국내 결식아동은 30만 명으로, 100명 중 4명은 매일 끼니를 걱정한다. 이처럼 결식 위기에 놓인 아이들은 돌봄 결핍 또한 함께 겪는 경우가 많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조사에 따르면 결식 위기 아동 10명 중 4명은 집에서 아동끼리 있거나 아동 혼자 시간을 보내는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열매나눔재단은 이 아이들을 결식과 방임 위기로부터 지키기 위해 2019년부터 한국학교사회복지사협회와 협력해 ‘위기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을 전국적으로 진행했고, 올 상반기까지 692명의 아이들을 지원했다.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거나, 실제로는 어른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환경이지만 서류상 자격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을 못 받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아동은 담당교사와 함께 직접 마트에 방문해 식료품을 비롯한 계절 의복과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다. 이를 통해 당장에 끼니 걱정을 하던 아이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고, 생필품 구입으로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줄이게 된다. 또 인스턴트식품이 아닌 해산물, 신선한 과일·야채 등 다양한 식재료를 접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형성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승철 자립지원팀장은 “담당교사가 아이와 장을 보고 가정에 방문해 함께 식료품을 정리하거나 직접 요리를 해서 식사를 챙기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해당 가정의 냉장고 식품 상황과 생활환경, 가정형편, 보호자가 집에 머무는 시간 등을 관찰한다”고 설명했다.

가정형편·주거환경 살펴 외부 자원과 연계

담당교사는 보호자와 지속해서 연락하며 가정의 상황을 파악하고 외부 자원을 연계해 아동과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더욱 면밀하게 제공한다. 한 교사는 “아이가 곰팡이가 가득하고 짐이 여기저기 쌓여있는 집에서 어머니와 지내고 있어 LH주택과 연계해 지금은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고 전했다.

부모님에게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담당교사와 꾸준히 만나고 연락하는 과정에서 부모님과 같은 사랑을 경험하고 안도감을 얻게 된다. 중학생 현수(가명)는 “엄마가 아플 때는 집에서 동생들과 컵라면만 먹었다”며 “지원을 받아 선생님과 같이 산 볶음밥을 동생들에게 해줄 때는 제가 정말 좋은 형이 된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교사와 학생 모두 만족도가 높다. 열매나눔재단이 올해 이 사업에 참여한 초·중·고교 57명의 학생과 담당교사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점 만점 가운데 참여 학생은 9.5점, 담당교사는 9.8점으로, 향후 이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열매나눔재단은 앞으로도 돌봄의 부재 속에서 끼니를 거르고, 방임되는 아이들을 더 많이 발굴해 지원할 방침이다. 서나래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크게 느끼는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에 위기 아동·청소년 지원사업을 확대 진행해 아이들의 심리적 공백을 메워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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