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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4·3사건 공식 사과] 현대史 최대 비극 반세기 만에 매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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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주 4.3사건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참여정부판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이다.

이날 盧대통령이 정부의 입장을 대표해 사과함으로써 이 사건 희생자들도 '좌익 폭도'라는 멍에를 벗게 됐다. 제주도민의 신원(伸寃)뿐 아니라 2만5천~3만명의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을 정리해 나갈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盧대통령이 "오늘 정부의 사과가 모든 과거의 매듭은 아니겠지만 이제 과거를 정리하는 노력과 함께 미래를 얘기하는 시간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하자, 이성찬 4.3유족회장은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준 대통령께 기립박수를 보내자"며 호응했다.

이날 盧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이라크 파병 등의 문제로 이반 조짐을 보이던 진보 진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사과(1998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98년 우간다 방문), 크메르 루주 지도자 키우 삼판과 누온 체아의 '킬링 필드' 학살에 대한 사과 등을 들어 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해 왔다.

盧대통령은 특히 "4.3특별법은 김대중(金大中)전 대통령이 마음먹고 만든법"이라며 "오늘 받은 박수는 金 전대통령과 함께 받은 박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수층, 군.경 일각에선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盧대통령의 공식 사과 후 열린 제주도민과의 간담회에선 제주 출신의 강금실(康錦實) 장관이 적잖이 화제에 올랐다.

盧대통령은 "당차게 잘한다. 너무 잘해서 대통령도 요새 골치 아프다"며 흐뭇해 했다.

盧대통령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를 언급하며 "습관을 바꾸는 게 어렵고 흉을 드러내는 게 어렵지만 흉을 드러내고, 벌 받을 건 받고, 사죄하고, 습관을 바꿔야 나라가 바로 가고 정치가 바로 간다"고 강조했다.

盧대통령은 "저도 부끄럽고 아프고 그렇다. 당찬 장관, 소신있는 검찰이 좀 소신껏 제대로 하는 모양이다"라며 "견품.맛보기란 말이 있는데 제주여성이 좋은 모범과 자질을 보여줘 제주여성이면 묻지 않고 쓰겠다. (웃음) 똘똘한 장관 배출한 제주도민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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