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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I 불참 결정 존중하지만 … 한국, 생각 바뀌길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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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자회담 12월 초에 열릴 듯"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14일 "6자회담 개최 시점은 아마도 12월 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가던 중 경유지인 인천공항에서 이같이 말했다. [연합뉴스]

미국은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공식 참여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13일(현지 시간) 실망감을 간접 표명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앞으로 한국이 입장을 바꾼다면 환영하겠다는 말을 덧붙여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미 국무부는 숀 매코믹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에 이어 PSI 실무 부처 양국자가 별도로 입장을 표명했다. 동일 사안에 대해 국무부에서 두 가지 논평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국의 PSI 참여에 기대와 실망이 컸다는 뜻이 된다.

◆ 국무부=이 당국자는 본지에 "미국은 한국이 PSI에 더 충분한(fuller) 참여를 하도록 격려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의 현 조치로는 만족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외교적 완곡 어법 속에 드러냈다. 그는 "PSI 참여는 해당 국가의 재량에 따른 자율적 행동"이라면서도 "우리는 한국이 PSI와 관련해 적합한 역할이라고 믿는 게 뭔지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과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그동안 PSI에 대한 한국 정부의 생각이 변해왔듯이 앞으로도 더 변해 공식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현 시점에선' PSI에 공식 참여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러나 한국은 지난 수 년간 PSI에 관한 관점을 바꿔 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어느 시점에선가 좀 더 공식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면 우리는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백악관=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PSI에 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여러분도 알고 있겠지만, 한국은 북한에 관해 이전엔 결코 취하지 않았던 조치들을 일부 취해 왔다"고 말해 한국의 입장 변화를 원한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한국은 소중한 동맹이고, 또 (대북) 조치를 강화해 왔다"고 덧붙였다.

스노 대변인은 "한국이 PSI 참여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 미국의 반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반응은 우리는 6자회담 모든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와 한반도 비핵화를 규정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면 PSI는 사문화(moot article)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직 정부 관계자들=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채찍을 테이블에서 치움으로써 점점 대북정책의 수립자(shaper) 대신 관찰자(observer)의 하나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도 "한국의 PSI 불참 결정은 예상된 것"이라면서도"양국의 행정부 간엔 큰 이해 차가 있으며, PSI와 관련한 한국의 결정은 이를 반영한 한 측면일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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