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한 번에 잘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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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재정경제부가 발칵 뒤집혔다. 나름대로는 고심 끝에 준비한 부동산값 안정대책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언론의 지적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보유세 강화방안이 쏙 빠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보유세 강화방안이 왜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느냐"고 담당자를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31일 곧바로 부동산 보유세 강화방안을 내놨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는 곳곳에 급조한 흔적이 역력했다. 특히 세금전문가라면 누구라도 쉽게 지적할 법한 세율 조정방향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과표를 올리면 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건 재경부도 누차 강조해온 세금의 기초다.

이날 정부가 마련한 '부동산 보유과세 강화 추진위원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왠지 모르지만 정부가 조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다"며 "정부 발표는 시장에 겁을 주자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 1일 '부동산 보유세 개편방안'을 발표할 때만 해도 과표현실화율을 매년 3%포인트씩 올려 2006년 공시지가의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었다. 종합부동산세도 2006년이나 돼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던 것이 불과 두달이 안 돼 보유세 강화 시기가 1년씩 앞당겨졌다. 그 사이 얼마나 충실한 검토가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연일 발표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보면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부동산세제는 이제 따라잡기가 버거울 정도로 헷갈린다. 그렇게 해서라도 부동산값이 잡히기만 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송상훈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