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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멈추고, 자동차 생산 차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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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01면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전남 지역 수출 관문인 광양항 터미널 출입구가 파업 조합원들이 세워 놓은 컨테이너 차량으로 막혀있다. 노조원들은 광양항 배후단지 출입구도 화물트럭 진입을 차단해 광양항은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 여수광양항만공사]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전남 지역 수출 관문인 광양항 터미널 출입구가 파업 조합원들이 세워 놓은 컨테이너 차량으로 막혀있다. 노조원들은 광양항 배후단지 출입구도 화물트럭 진입을 차단해 광양항은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 여수광양항만공사]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나흘째를 맞은 10일 전국 곳곳에서 물류 운송 차질과 함께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다.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전국 레미콘공장의 60% 가량이 멈춰섰고, 각종 원자재 공급 차질로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 운송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 수소충전소가 잇따라 운영을 중단했고 도심 식당·편의점에선 소주 재고량이 줄면서 재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 현장부터 멈춰설 위기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는 작업인 ‘로드 탁송’에 일반 직원까지 동원했다. 공장에서 만든 완성차를 적치장까지 옮겨야 추가 생산이 가능한데 탁송 차량 파업으로 직원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완성차를 적치장까지 이송하기 위해 임시운행허가증도 받았다.

하루에 6000대 가까이 완성차를 생산하는 울산공장의 가동률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탁송뿐 아니라 부품 운송에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적시생산방식(JIT)으로 이뤄지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하나의 부품이라도 공급이 안되면 완성차 생산이 중단된다. 화물연대는 지난 8일부터 울산공장 앞에서 조합원 납품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다. 현재 일부 비조합원 차량만이 공장 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공사 중인 1공장을 제외한 2~5공장의 생산라인이 이틀째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상황이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사 및 협력사도 조업 중단 위기다. 현대차 1차 협력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파업에 대비해 부품을 평소보다 많이 확보해 두었다고 하지만 재고가 하루 분량도 없는 부품도 있다”며 “생산라인이 멈추면 현대차가 당장 오늘 밤부터 부품을 더 보내지 말라고 할 텐데, 그러면 부품사인 우리는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파업이 일주일을 넘어가면 판매가 잘돼서 생산을 많이 하는 차종부터 생산 차질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 충주지역 레미콘업체 9곳 중 3곳은 시멘트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아예 가동을 멈췄다. 나머지 6개 업체도 생산량이 평소의 10~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가 추가 공급되지 않으면 재고 부족으로 오늘(10일)까지만 레미콘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근 제천과 단양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광양 등 주요 물류거점 물동량도 바닥

부산과 광양 등 전국 주요 물류거점의 물동량도 바닥세다. 9일 오후 현재 부산항 10개 터미널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336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상시의 29.3% 수준이다. 의왕 내륙컨테이너 기지(ICD)의 반출입량은 평소의 8.3% 수준인 403TEU에 그쳤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나흘째 철강제품 4만5000t을 출하하지 못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긴급한 물량의 경우 철도나 선박으로 이송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피해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날 오후 관공서와 사무실이 밀집한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식당가에서는 텅 빈 냉장고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제품 출고율은 평상시 대비 40%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모(54)씨는 “파업으로 소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대전도시공사가 시내버스에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운영하는 충전소 3곳도 나흘째 개점휴업 상태다.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는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 공장에서 출하가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지난 7일부터 대산산업단지에서 외부 반출을 봉쇄하고 있다. 전남지역 일부 주유소에서는 재고 물량이 줄면서 업주들이 영업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 주유소 관계자는 “기름이 추가로 공급되지 않으면 차량은 물론 주변 공장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지난 7일부터 이날 오전 7시까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합원 30명을 체포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 4200여 명이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곳곳에서 철야 대기하며 파업을 이어갔다. 국토부는 이들을 포함해 조합원(2만2000명)의 약 35%인 7800여 명이 이날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직접 개입보다 노사 자율로 풀어가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사 문제에는 정부가 법과 원칙, 중립성을 가져야 한다”며 “그동안 정부의 개입이 결국 노사관계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 바람직한 건지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생산·물류 차질 등 관련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범정부적 대응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에 나서며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사갈등은 자율원칙을 토대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되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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