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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서 외식으로, 소비패턴 U턴…이제 상품 대신 서비스에 돈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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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가 가계의 소비 목록을 바꾸고 있다. 가정간편식 등 이른바 ‘집콕(집에만 머뭄)’ 관련 상품 소비 비중은 줄어들고, 외식 등 서비스 관련 지출이 늘어나는 소비의 일상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면서다.

한국은행은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비대면 중심 생활 방식이 점차 정상화하면서 경제 주체들의 소비 활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됐다”며 “가계의 지출구조 및 소비행태가 코로나19 이전의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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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조치가 해제되며 사람들의 일상 회복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한은이 신한카드 결제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방역 조치가 완화되기 시작한 지난 3월 셋째 주의 소비(=100)를 기준으로 보면, 대면 소비는 8주 만에 144.6으로 40% 이상 늘었다. 서비스 관련 지출은 지난 5월 41조1000억원으로 2019년 말(41조원) 수준을 회복했다.

가계의 지출 품목 비중도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집에서 쓰는 PC와 가전제품, 주택 리모델링, 음식료품 소비가 크게 늘었다. 한은이 2019년과 코로나19 기간(2020~21년)의 소비를 비교해보니 식료품 등 비내구재의 소비는 9.5%, 가전제품, 통신기기·컴퓨터, 가구 등 내구재 소비는 6.9% 증가했다. 반면 의류 등 준내구재(-7.5%)와 서비스(-8.7%)는 줄었다.

반면 지난 4월부터는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난다. 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4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비내구재 제품의 판매는 한 달 전보다 3.4% 줄고, 준내구재는 7.7% 늘었다. 내구재 소비는 0.4% 늘어났지만, 가전제품과 가구 등의 소비는 줄었다. 실제 현대카드의 지난 4월 결제 실적에 따르면, 가구와 가전제품 관련 결제는 전달보다 각각 3%와 4%씩 줄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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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야외활동이 증가하면서 가정 내 식료품 소비가 외식 소비와 서비스 소비로 전환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소비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은은 “당분간 서비스와 준내구재의 비중이 확대되고 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의 비중 축소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소비자들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소비를 옮기고 있다”며 “상품과 서비스의 지출균형이 2020년 5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의 상품 소비는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해 최대 15%까지 늘어났지만, 현재는 5% 증가한 수준만 유지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찬치치 미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지출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바뀌는 초기 단계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서비스 관련 지출은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를 달성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근거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의 도시 봉쇄 등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 성장 엔진이었던 상품 수출은 둔화하겠지만, 한은은 올해 민간 소비가 3.7% 늘며 지난해(3.6%)보다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2분기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대면 서비스 소비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예상보다 민간소비가 좀 더 견조하게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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