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증권사들 전망 '헛손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주식투자자 권모(33)씨는 올해 초 증권사들이 제시한 업종 전망만 믿고 투자에 나섰다 손해가 막심하다. 가장 유망하다던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의 대표 종목인 현대차와 삼성전자를 샀지만 낭패를 봤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올해 연초 대비 수익률(13일 기준)은 각각 -23%, -3%로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올해 주요 업종 주가가 연초 증권사들이 내놓은 전망과 동떨어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빗나간 연초 업종 전망= 올 초 대부분 증권사는 반도체.정보기술(IT).자동차.은행.제약 등이 올해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철강.석유화학.조선 등은 주가가 숨고르기를 하며 상승 랠리에서 소외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본지가 지난해 말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 102명(9개 업종 담당)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비슷하다. (1월2일 E4면)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정보기술.자동차.통신업종은 강세 ▶금융.유통.제약은 완만한 상승세 ▶철강.석유화학은 상대적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주가는 딴판으로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IT 등이 속한 전기전자 업종은 주가가 지난해 말보다 9.6%나 떨어졌다. 21개 업종 가운데 증권.종이목재 다음으로 안 좋은 수익률이다. 기아차가 45.3%나 하락한 것을 비롯, 36%나 떨어진 쌍용차 등 자동차 업종도 주가가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 그나마 은행.제약은 각각 -4% -3.2%의 수익률로 비교적 선방했지만 올해 코스피 수익률(1.26%)을 밑돌고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전기전자는 IT경기 하강 우려에 따른 외국인의 매도, 자동차는 환율 급락과 파업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에 휩쓸렸다"며 "이들 업종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해외 증시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올해 우리나라 증시가 부진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행적인 우량주 추천도 문제= 반면 연초에 상대적인 약세가 예상되던 조선.철강 업종 등은 올해 횡보장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지금은 상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계속되는 호황으로 주가가 소리없이 오르고 있다. 석유화학도 고유가에 따른 정유업체들의 마진 확대로 주가가 연초대비 6.7% 상승했다.

대우증권 이건웅 선임연구원은 "조선업종은 국내 업체가 대형 수주를 싹슬이 하다시피 했고, 철강업종은 세계적인 M&A(인수합병) 이슈 덕을 봤다"며 "연초만하더라도 해당 업종 경기가 서서히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반대"라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 때문이라곤 하지만 연초 전망과는 전혀 다른 주가 움직임에 업계 일각에선 쓴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 추천 업종.종목을 추릴 때 정확한 분석 작업 없이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를 관행적으로 추천 메뉴에 포함시키곤 한다"며 "전망이 안 좋더라도 상징성을 감안해 낙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다, 비판을 두려워 해 소신있는 의견을 내놓는 것도 꺼린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